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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인도 천연기념물 체험할 수 있게 점자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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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인도 천연기념물 체험할 수 있게 점자책으로"

입력
2021.12.25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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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천연기념물센터 시각 장애인 방문객 없어 충격"
동물 울음소리·외양도 점자로
제7회 공무원상 국무총리표창 수상

시각장애인을 위한 천연기념물 소개 멀티미디어 점자책을 만든 강정훈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이 점자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정훈 연구관 제공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정말 받기 힘든 상이라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강정훈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시각 장애인이 천연기념물을 쉽게 체험하고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자연유산 멀티미디어 점자책’을 발간한 공로를 인정 받아 제7회 공무원상 국무총리표창을 최근 수상했다.

0명. 2007년 대전에 개관한 천연기념물센터를 찾은 시각 장애인의 수였다. 강 연구관은 박물관 관람객 통계를 확인하는 순간,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4년간 센터를 방문한 시각 장애인이 한 분도 없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어요.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정책 수요자를 시각 장애인에게 맞춰보면 어떨까 싶었던 거죠.”

천연기념물 노랑부리백로 보존을 위한 번식지를 연구 중인 강정훈(오른쪽) 학예연구사. 강정훈 연구관 제공

그는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천연기념물인 동물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보존에도 힘쓴다. 예컨대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적 멸종 위기종인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의 둥지가 있는 전남 영광 칠산도의 식생이 황폐화되자 둥지 재료를 공급, 멸종을 막았다. 강 연구관은 “갈매기가 번식해 그 배설물로 땅이 푸석해지자, 식생 매트를 깔아 풀이 자생하게 했다”며 “그 결과 2017년 각각 7개와 11개뿐이었던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 둥지가 최근 250개, 134개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천연기념물에 대한 정보를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하게 알리고 싶었다. 특히나 소외돼 있던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쉽게 다가가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넣었어요. 검독수리라고 하면, 독수리는 일반적으로 하늘의 제왕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체만 먹어서 ‘땅의 청소부’가 더 어울리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죠.”

점자책에는 동물의 울음소리와 외양을 묘사한 세밀화, 관련 민요 등도 담겼다. 이렇게 만들어진 점자책은 2020년 첫 발간 이후 전국 13개 맹학교에 무료로 배포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기관마다 만들어서 배포하는 게 많은데 정작 흥미를 유발하지 못해 책꽂이에 꽂히는 점자책이 많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저희가 만든 건 반응이 좋았어요. 장애인들이 요구해도 만들어지기 어려운 걸 국가에서 먼저 나서서 만들어줘 고마웠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강 연구관의 앞으로의 목표는 계속해서 국민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다. “기존 연구 결과들은 전문가, 학계 중심으로 활용돼 왔어요. ‘독수리는 썩은 고기를 먹어도 왜 탈이 안 날까’ 같은 주제처럼 국민이 궁금해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연구를 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시각 장애인 맞춤형 전시도 해보고 싶네요.”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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