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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고 입양하고 귀찮다고 파양하고

입력
2021.12.21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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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박정윤올리브동물병원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역시 코로나19로 힘든 한 해였다. 위드 코로나를 지향했지만 감염 확산세로 다시 회식이나 모임도 제한되어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하지만 덕분에 집에서 반려동물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 소중하다. 함께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이런 생각이 필자만은 아닌 듯하다. 반려동물과 많은 것을 해보고픈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호황이다.

놀이터, 카페, 관광, 숙박, 교육, 미용, 수제간식, 미용 서비스 등 저마다 차별화된 시설과 프로그램을 내세우며 경쟁도 치열하다. 특급호텔과 리조트도 반려동물 동반객실은 높은 예약률을 보인다. 코로나19 여파로 가족단위 고객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현상이리라. 코로나 장기화로 반려동물과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은 지속 확대될 것이다.

코로나19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한몫한다.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를 달래보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개, 고양이의 수입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2배나 늘었다. 보호소에서 입양되는 동물도 증가했다. 보호소 입양은 사람과 동물이 서로 위안이 되어줄 수 있기에 환영할 만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로 '집콕'이 장기화되자 미국 전체 가구의 5분의 1 수준인 2,300만여 가구가 반려동물을 새로 입양했다. 하지만 2년도 되지 않아 파양과 유기가 급증하고 있다. 비단 미국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2020년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전국 보호소에 수용된 유기동물이 전년에 비해 6배가 늘었다. 경기도 침체되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가게 문을 닫고 있다. 개인의 신상에 변화를 겪으며 더 이상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상황을 맞기도 한다. 실제로 파양되는 동물의 수도 늘었다. 새로 입양된 경우가 아니어도 말이다.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일은 책임과 희생이 필요한데, 준비없이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려는 목적으로 입양을 하는 경우엔 경제적 부분만 우려되는 게 아니다. 재택근무가 없어지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동물들은 집에 혼자 남게 된다. 외로워서 준비 없이 덥석 입양했던 이들에게는 일상을 회복하면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이 늘면서 동물이 귀찮은 대상이 될 수 있다. 부디 외롭다고 가까이 두기 쉬운 동물을 집에 들이지는 말아달라. 입양하고 싶다면, 지금 말고 일상을 회복한 언젠가에 한 번 더 고민해보자. 반려동물이 될 자격이 없는 동물은 없다. 반려동물을 키울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화려한 펫코노미에 앞서 실직과 휴직으로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반려동물을 위한 지원도 고려되기 바란다. 기업도 좋고 지자체 정책으로도 고려해보자. 저소득층의 지원에 반려동물에 대한 지원도 포함시키는 방법도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도저히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는 경우에 보호소 입소를 돕거나 후원연계를 돕는것도 방법이다. 저소득층의 중성화 수술비용 지원이나 예방접종 지원, 전문 펫시터 지원 등도 고려할 수 있다. 페스티벌만큼 화려하고 밝지는 못하지만 훨씬 더 발전적인 정책들은 많다. 또 지역마다 반려동물 동반 공원이나 캠핑장을 저렴하게 운영하고, 반려동물 보호자들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도 추천한다. 지역 내 반려인들의 교류는 물론 비반려인과의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토론회도 좋겠다. 처음에는 예산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반려동물 유기를 막는 장기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고립되어 있는 요즘, 나와 나의 반려동물이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힘들게 버티며 주눅 들고 지친 마음에 혹여 '더 좋은 집에 보내주는 게 나은 건가'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더 좋은 집에서 살고 더 맛난 걸 먹는 게 반려동물에겐 중요하지 않습니다. 평생 끝까지 함께하는 가족이 있는 게 제일 행복합니다."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 힘냅시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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