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지율 20대 남성 45%
60대 이상 제외하면 '최대 지지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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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1일 춘천에서 연 강원도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준석 대표와 함께 선거 승리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 빨간 장갑을 끼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차기 대선에서 '이여자'(20대 여성)보다 '이남자'(20대 남성)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디지털 성범죄물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되자마자 '사전 검열' 논란을 부각시키는 것은 윤석열 대선후보의 마음이 어디를 향해 있는가를 보여준다.
지난해 4월 총선 직전 국민의힘은 다른 얘기를 했다. 디지털 성폭력 근절 대책을 요구하는 여성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면서 관련 법안에 적극 찬성했다.
1년 8개월 만에 입장이 바뀐 이유는 간명하다. '이여자'보다는 '이남자'가 '우리 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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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춘천 강원도당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행사에서 연설을 마친 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N번방 이슈 연일 띄우는 이준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하태경 의원이 주최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전검열법 이대로 괜찮은가'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N번방 사건은 근절돼야 할 심각한 범죄이지만, 이를 막으려면 다른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분노에 떠밀려서 국회의원들이 숙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입법하는 경우가 있다"며 N번방 방지법이 '부실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입법에 적극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겨냥한 것이다.
지난해 5월 입법돼 이달 10일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일명 N번방 방지법)은 불법 촬영물 유통을 막기 위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필터링 조치를 의무화했다. 필터링이 통신 비밀 보장 권리를 침해하므로 법안을 전면 재개정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악수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민의힘 지지율 이남자 45%, 이여자 11%
국민의힘이 N번방 방지법 재개정을 주장하는 건 '이남자 표심'을 굳힐 수 있는 전략 법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사전 검열론'의 출처는 20대 남성이 다수인 온라인 커뮤니티다.
실제 '이남자'는 국민의힘의 '대표 표밭'이다. 한국갤럽의 월간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달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20대 남성 사이에서 45%, 20대 여성 사이에선 11%였다. '이남자'의 국민의힘 지지가 60대 이상 여성(52%) 60대 이상 남성(50%)에 육박하는 것이다.
올해 4·7 재·보궐선거 당시 같은 조사에서 20대 남성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25%, 20대 여성은 8%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체제가 들어선 이후 '이남자'는 무시할 수 없는 지지층이 됐다"고 말했다.
이남자 확장 정책, 득이냐 실이냐
윤 후보도 적극 호응 중이다. 윤 후보는 12일 페이스북에서 "선량한 시민들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 주는 법"이라며 N번방 방지법 재개정을 공약했다. '여성 정책 전문가'로 영입된 이수정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도 13일 "이준석 대표 말대로, 해외 서버 기반 플랫폼은 하나도 단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이남자' 구애 전략이 윤 후보의 득표 확장에 도움이 될 거라고 단언할 순 없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윤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20대 여성 89%를 잡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은 지지층 결집이 아닌 외연 확장이 필요한 시기"라며 "국민의힘에 실망한 국민들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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