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병상 없어 비수도권에 행정명령
병상 확보 위해 확진자들 연쇄 이동 불가피
전문가들 "차라리 수도권에 임시병동을"
지난달 29일 서울 강동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남성 A씨. 병상이 나지 않아 알아봐야 한다더니 마침내 자리가 났다는 얘기를 듣고 적잖이 안심했다. 그런데 배정받은 병상이 울산대병원이라 했다. 구급차를 타고 370㎞ 떨어진 병원까지 4시간을 달려 도착했다. 5시간이 지나 마침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병상이 없어 서울에선 경북 또는 충북까지 수백㎞를 달려가는 '장거리 출동'은 이제 예삿일이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런 사례는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사태로 인해 수도권 병상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수도권 병원에도 행정명령을 내려 병상 확보에 나섰다. 수도권 환자를 비수도권에서 받아내면,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쏟아지고 있는 수도권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수도권 병상 대기자가 1,000명대를 넘어선 상황에서 어떻게 일일이 실어나르고 관리할지, 우려를 나타냈다.
비수도권 병상 확충 ... 수도권→충청→대구·전북 '연쇄 이송'하나
10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수도권에서 하루 이상 병상을 기다린 사람은 1,258명이다. 이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자가 503명, 기저질환 등으로 입원이 요구되는 사람이 755명이다. 재택치료가 기본으로 전환되면서 입원 대기자들이라 해서 여유로운 사람은 없다.
정부는 비수도권 종합병원에도 행정명령을 내려 병상 확보에 나섰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비수도권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추가 행정명령을 내려 1,700여 개 병상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중증 전담병상 158개를 포함, 모두 1,899개 병상이 추가된다. 아울러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한 3개 군병원에서 54개 병상을 추가하고, 포천병원(80병상)을 신규 지정해 연내 운영하는 등 거점전담병원도 지속적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비수도권 병상 확보는 수도권 환자의 이송을 염두에 둔 것이다. 중수본 관계자는 "수도권은 가까운 충청권으로 환자 이송이 가능한데, 충청권도 병상 가동률이 높기 때문에 충청권 환자를 전북이나 대구로 이송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상황에 대응하려면 연쇄적인 환자 이송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송 구급차는 겨우 295대뿐 ... 어떻게 이송하나
환자 이송이 말처럼 쉽지 않다. 우선 중환자는 이송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가장 가까운 병원에 가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 준중증 역시 이송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 속한다. 그나마 중등증 수준의 환자는 이송이 가능하지만, 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 가야 하는 상황이 결코 좋은 건 아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도권 환자의 이송 마지노선은 대전"이라며 "그 이상 지방까지 긴 동선을 다 이송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인프라 한계도 있다. 환자 이송은 119구급대가 맡고 있는데 전체 구급차 1,690대 중 코로나 환자 전담 구급차는 295대로 17.5% 수준이다. 1,200명이 넘는 수도권 병상 대기자에다 충청지역의 이송대기자들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멀리 환자를 보내놓으면 완치 뒤 집으로 돌아갈 때도 문제다. 구급차를 쓸 수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어렵고, 그 먼 거리를 방역 택시를 이용할 수도 없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도 내놔야 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방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머지않아 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지방에서 오히려 수도권으로 이송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라며 "지방 이송보다는 체육관 등을 활용해 임시 병상을 확보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