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들이 자신들의 고향이 아닌 전북 완주군 초남이성지에 함께 묻힌 배경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이 나왔다.
윤덕향 전북대 전 교수는 9일 완주문화재단 복합문화지구 '누에'에서 열린 '초남이성지 역사 재조명 학술세미나'에서 "한국 천주교 최초 순교자로 기록된 복자(福者)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는 1791년 12월 8일 현재의 전동성당에서 참수형에 처해졌는데 묘비에는 이로부터 11개월 지난 1792년 11월 25일 안장된 것으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윤 전 교수는 "장례 기간이 긴 것과 성장지인 전라도 진산, 충남 금산이 아닌 완주 초남이에 묻힌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지연이나 혈연에 따른 집단이 두 순교자의 장례를 주도했다면 굳이 초남이를 장지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경위가 분명하지 않지만 초남이 일원은 유항검(조선 천주교 초장기 지도자) 일가가 대대로 살아온 세거지(世居地)였다"며 "따라서 두 순교자의 장례에 어떤 형태로든 유항검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또 박해로 순교한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무덤에 관해서도 "윤지충의 동생인 윤지헌의 처자식이 매장의 주체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윤지헌 순교자의 묘가) 윤지충, 권상연 순교자의 무덤과 비슷한 방향으로 장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세 순교자의 묘를 매장한 주체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윤지헌 프란치스코는 완주군 고산면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1801년 신유박해 당시 동료들과 함께 붙잡혀 능지처참을 당했고, 이때 유항검 가족도 모두 순교했다.
공동 발제자로 나선 송창호 전북대 의과대학 교수는 "한국 천주교의 첫 순교자 유해 발굴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망자의 인적 사항 등이 적힌 지석(誌石), 고증 사료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신원을 확인한 사례"라며 "향후 다른 유해 발굴 연구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세미나는 완주군,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천주교 전주교구 호남교회사연구소가 공동 주최·주관해 '최초 순교자 유해 발굴의 의의와 역사 재조명을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열렸다.
천주교 전주교구는 지난 9월 기자회견을 열고 윤지충 바오로, 권상연 야고보,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유해가 초남이성지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전주교구는 백자사발 지석의 명문 판독, 치아를 통한 연령 검사, 부계혈통검사, 사료 검토, 유해 정밀 감식 등 방법으로 유해의 인적 사항을 확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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