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 중국과 한국 등 주변국에 대한 공세적 외교를 주장하는 강경파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과거에는 우익 성향 의원들이 자민당 내 소수파에 불과했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의 8년 넘는 집권 기간 일본 사회 내 반한, 반중 분위기가 강해지자 여론을 등에 업고 세를 불리는 분위기이다.
‘보수 중에서도 가장 오른쪽’ 노선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이들 강경파 모임에 동참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과거 주변국에 우호적인 정책을 주장했던 파벌인 ‘고치카이(宏池会)’ 출신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주변국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라며 압박하는 모양새다.
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전날 자민당 내 ‘보수 단결의 모임’이 회합을 갖고, 중국에 대해 인권침해 중지를 요구하는 국회 결의를 이번 임시국회에서 채택하자고 주장했다. 다카이치 정조회장도 동석해, 일본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바로 전날인 7일에는 자민당 내 우익 성향 의원 모임인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이 기시다 총리와 직접 면담하고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 보이콧과 대중 인권침해 중지 결의안 채택을 건의했다.
자민당 외교부회 등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에 항의하며 만든 대응조직 ‘대 한국 정책 검토 팀’도 8일 첫 회의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는 “한국에 고통을 주는 대응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 회장은 “정부에 (한국에 대한) 항의를 요구할 뿐 아니라, 당으로서 한국 정책에 대한 전면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NHK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향후 금융, 투자, 무역 등 폭넓은 분야에서 제재 방안을 검토해 내년 여름까지 정리한다고 결정했다.
앞서 자민당뿐 아니라 일본유신회 등을 포함한 초당파 의원 그룹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99명은 태평양전쟁 개전 80년 하루 전날인 7일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하는 등 우익 강경파 의원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다. 자국 내 고조된 반중·반한 감정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과 ‘민주주의 회의’ 등 대중 압박이 강해지자 이들이 더 자신감을 갖고 목소리를 키우는 분위기다.
외무장관을 4년 넘게 지낸 기시다 총리는 주변국에 대한 무조건적 강경책을 당장 수용하기보다는 “국익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외면할 수도 없어 곤란한 입장이다. 요미우리는 “‘다양한 (외교) 루트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후쿠다 다쓰오 총무회장처럼 기시다 정부의 외교 자세를 이해하는 의원도 있다”면서도 “보수파의 기세가 한층 더 강해지면 강경론과 신중파의 대립이 부각될 수 있어, 총리는 어려운 키잡이를 요구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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