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2016년 4월 이후 첫 미분양 주택
대구는 4개월 연속 HSSI 전망치 60선 기록
"일부 비인기 단지... 과잉 공급 우려 수준 아냐"
반년 넘게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세종에서 5년 6개월 만에 미분양 주택이 나왔다. 미분양 적체 현상이 심화하는 대구에 이어 세종도 미분양이 생기자 수도권에까지 공급 리스크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 미분양 물량은 수요자 선호가 떨어지는 일부 매물에 국한돼 '공급 초과 국면'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5년 5개월 만에 세종 미분양, 공급 리스크 지속 대구
7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발표한 분양경기실사지수(HSSI)에 따르면 이달 전국 HSSI 전망치는 전월 대비 9.0포인트 상승한 88.4다. △서울(90.9→94.2) △경기(97.1→93.7) △인천(100.0→91.6) 등 수도권이 90 이상의 양호한 흐름을 유지한 가운데 △전북(75.0→100.0) △대전(85.7→100.0) △충남(86.6→100.0) 등 지방에서 분양 기대감이 큰 폭으로 개선된 덕이다.
HSSI는 분양을 앞두고 있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분양 여건을 공급자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100을 넘으면 분양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는 의미이고 90선을 넘겨도 '호조'로 해석한다.
반면 지난 한 해 아파트 가격이 44.9%(한국부동산원 기준)나 뛰면서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한 세종의 분양시장은 두 달 연속 기준선을 크게 밑돌았다. 이달 세종의 HSSI 전망치는 76.9로 전월(75.0)에 비해 소폭 상승했으나 10월(92.3)과 비교하면 15.4포인트 낮다. 10월에는 2016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미분양 주택(129가구)이 나오기도 했다.
대구도 악화된 분양 경기가 쉽사리 회복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달 대구의 HSSI 전망치(62.5)는 전월보다 5.6포인트 하락하면서 4개월 연속 60선에 머물렀다. 전국 최저 수준이다. 이마저도 실적치(52.0)가 전망치(68.1)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주산연은 그간 두 지역에 신규 물량이 지속적으로 공급된 것을 이유로 꼽았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올 상반기 전국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던 분양시장이 하반기에 들어서며 지역별 편차가 생겼다"며 "최근 분양 물량이 많았던 대구와 세종을 중심으로 공급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속도 조절 필요? 일부 비인기 매물 때문, 공급 계속 확대해야"
일각에서는 지방광역시를 시작으로 수도권에까지 '미분양 빨간불'이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5년간 200만 가구 규모의 '공급 폭탄'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에서 수십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미계약 물량이 나오는 아파트가 잇따르는 상황도 심상치 않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를 '기우'라고 일축한다.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일부 비인기 매물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을 뿐 여전히 '내 집 마련'에 대한 시장의 대기수요는 적체돼 있다는 분석이다. 세종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지 않는 도시형생활주택의 고분양가격이 미분양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의 미계약 물량도 대부분 커뮤니티 시설 등이 미흡한 '나 홀로 아파트'에서 나왔다.
김덕례 주택정책연구실장은 "대구와 세종의 미분양 현상도 일부 단지에 국한돼 주의가 필요한 수준일 뿐 미분양 물량이 16만 가구에 달했던 과거 수준에는 한참 못미친다"면서 "정부가 공언한 주택공급 물량도 여전히 부족해 보여 분양 시기와 입지 차별화를 꾀하면서 공급 확대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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