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즐기다 보니 돈이 된 NFT

입력
2021.11.30 19:00
수정
2021.11.30 19:04
25면
0 0
박희준
박희준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과 함께 플랫폼을 기반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진행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살펴보고, 플랫폼 기반 경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 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영국의 대표적 사전 중 하나인 콜린스가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의미의 NFT(Non-Fungible Token)를 2021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NFT는 위조가 불가능한 데이터 분산 처리 기술인 블록체인을 통해서 소유권과 판매 이력 등의 정보를 관리하는 가상 자산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기존 암호화폐의 경우, 같은 주체에 의해 발행된 모든 토큰은 개당 가치가 동일하여 1대 1 교환이 가능지만, NFT는 같은 주체에 의해 발행된 토큰이라도 일련번호를 부여하는 대상에 따라 고유한 가치를 가짐으로써 1대 1 교환이 불가능하다. NFT는 부동산의 등기부등본과 같이, 디지털 공간에서 생성된 사진, 캐릭터, 영상, 게임 아이템 등 무한 복제가 가능한 콘텐츠에 대해 원본임을 증명하는 보증서로 설명될 수 있다.

NFT의 개념이 시장에 소개된 것은 2017년 캐나다 스타트업 대퍼랩스가 이더리움 기반의 가상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를 출시하면서부터다. 사용자들은 다양한 가상 고양이를 수집하고 교배하여 자신만의 희귀한 새끼 고양이를 만든 후에, 고유한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암호화폐로 거래할 수 있다. 2017년 말 '드래건'이라는 고양이가 11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로 거래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3월11일에는 디지털 예술가인 비플의 작품에 생성된 NFT가 글로벌 미술품 경매업체인 크리스티에서 6,934만 달러에 낙찰되면서 다시 한번 시장을 놀라게 했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가 단지 고유한 식별 번호를 부여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가치를 가진 자산이 된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산의 가치는 희소성에서 비롯된다는 점과 차별화된 소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NFT는 분명 가치 창출의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리고 MZ세대의 성장은 NFT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MZ세대는 일도 소비도 투자도 즐기면서 한다. 재미는 그들의 일과 삶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들은 현재의 삶을 미래를 위한 도구가 아닌 목적으로 여기며,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목표한 것을 이루지 못해도 과정을 즐길 수 있으면 만족감을 느낀다. 그런데,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아이템이나 영상을 즐기는 과정에서 편집한 짤방의 가치가 NFT를 통해서 시장에서 평가되고 거래될 수 있다면, MZ세대는 놀이를 즐기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삶을 누릴 수 있다. NFT는 MZ세대의 덕후 문화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문화 상품이 될 것이다.

또한, MZ세대는 거대한 산업사회의 틀 속에서 주어지는 도구로서의 삶을 거부하면서 끊임없이 탈중앙화와 탈표준화를 시도한다. 사회로부터 강요되는 획일화된 가치보다 자신만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타인의 가치 또한 존중하면서 다양성을 수용하고자 하는 그들은 유일무이한 무엇인가를 소유함으로써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인정받기를 원한다. 또한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대상의 가치조차도 시장에서 통용되는 화폐의 기준이 아닌 그들만의 기준으로 정의하기를 원한다. MZ세대의 한정판 문화는 NFT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물론, 초기 시장의 거품을 걷어내고 사행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과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 간의 도용 및 이중 판매 그리고 2차 가공 등의 문제로부터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적 보완이 이루어질 때 NFT는 창작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실험의 장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