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에선 염기서열 분석률 0.8% 불과
빈국 의료 인프라 부족, 변이 발견 어려워
변이 신속 검출해야 발빠른 대응도 가능
알파, 베타, 감마, 델타, 그리고 ‘신생’ 오미크론. 돌연변이 출현 때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매번 비상 국면을 맞는데도, 변이 발견에 필수적인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공유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염기서열 분석 건수가 적으면 변이 검출이 늦어지고, 그만큼 대응도 지체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은 더 멀어지게 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오미크론 변이를 찾아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이 분석된 샘플은 2만3,624개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295만2,500명 중 0.8%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염기서열 분석을 5,000건 이상 진행한 44개 나라 중 37위다. 신문은 국제유전자정보공유기구 지사이드(GISAID)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자체 분석을 거쳐 이같이 전했다.
그나마 남아공은 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 오미크론 변이도 발견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는 염기서열 분석 샘플 5,000건도 보유하지 못한 나라가 부지기수다. 현재 우세종인 델타 변이를 처음 찾아낸 인도도 전체 감염자 중 0.2%에 대해서만 염기서열 분석을 마쳤다. 44개국 중 44위다. 델타 변이 창궐로 나라 전체가 거대한 ‘화장장’이 됐던 올 4월에는 고작 0.06%였다. 변이 확산을 막으려면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입증하는 사례다.
미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확진 판정 4,780만2,459건 중 염기서열 분석 건수는 173만3,343건(3.6%)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0.3%, 올해 3월 1%였던 데 비하면 크게 증가했지만, 변이에 신속히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다. 유전체 분석기업 일루미나는 전체 감염자 중 염기서열 분석 비율이 최소 5%는 돼야 새 변이에 따른 유병률이 0.1~1%인 시점에 해당 변이를 포착할 수 있다고 본다. 유병률 1% 이상일 땐 확산세 통제가 어렵다는 말이다. 영국이 알파 변이를 발견한 것도 염기서열 분석률이 10%를 넘었기에 가능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염기서열 분석이 변이를 막는 건 아니어도, 변이를 빨리 찾아낼수록 치료제 및 백신의 수정도 수월해진다고 조언한다.
주로 빈국에서 변이가 생겨나는 원인으로는 부국들의 백신 독점에서 비롯된 ‘백신 불공정 배분’이 꼽힌다. 12억 인구인 아프리카의 1차 백신 접종률은 6% 남짓인 반면, 서방 국가들은 백신 접종 완료율 70%대를 기록하며 이제 부스터샷을 준비 중이다. 특히 아이슬란드는 접종 완료율 88%, 염기서열 분석 비율 56.2%에 달한다. 글렌다 그레이 남아공 의학연구위원장은 “전 세계에 백신이 충분히 공급될 때까지 새 변이가 출현하는 현상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팬데믹과의 싸움은 결국 ‘변이와의 경쟁’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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