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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눈치 봤나... WHO, 새 코로나 변이 '오미크론' 명명에 음모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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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눈치 봤나... WHO, 새 코로나 변이 '오미크론' 명명에 음모론도

입력
2021.11.28 16:15
수정
2021.11.28 17: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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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알파벳 순서' 기존 원칙 깨고
'누' '크시' 건너뛰고 '오미크론' 지정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이 상점가를 지나가고 있다. 프리토리아=AP 연합뉴스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이 상점가를 지나가고 있다. 프리토리아=A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남아프리카공화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명칭을 ‘오미크론’으로 정한 것과 관련해 논란도 일고 있다. 새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월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역 및 확산 방지에 온 힘을 쏟아도 부족할 판국에 고작 이름 따위를 문제 삼는 건 WHO가 중국에 저자세를 취한 게 아니냐는 음모론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심기 경호’를 위해 명명 규칙에 예외를 뒀다는 주장이 잇따른다.

음모론은 WHO가 26일(현지시간) 긴급회의에서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오미크론(Ο)’으로 정하면서 시작됐다. 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에 그리스 알파벳 순서로 명칭을 부여하는데 오미크론 이전 마지막은 8월 30일 관심 변이 바이러스로 지정된 ‘뮤(Μ)’였다. 그리스 문자대로라면 뮤 다음에는 ‘누(Ν)’ 변이였어야 했다. 하지만 WHO는 누와 그 다음인 ‘크시(Ξ)’를 건너뛰고, 새 변이 바이러스를 ‘오미크론’으로 명명했다.

그리스 문자 '크시'. 왼쪽은 대문자, 오른쪽은 소문자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리스 문자 '크시'. 왼쪽은 대문자, 오른쪽은 소문자다. 게티이미지뱅크

WHO는 ‘누’와 ‘크시’를 뛰어넘은 데 대해 그럴 듯한 이유를 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타리크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27일 “‘누’는 ‘뉴(new)’와 혼동되기 쉽다”고 말했다. 또 “‘크시’는 흔한 성(姓)씨 중의 하나”라고 했다. 질병에 이름을 붙일 때 ‘문화적, 사회적, 국가적, 지역적, 직업적 또는 민족적 그룹에 불쾌감을 주는 것’을 피하는 것을 제안한다는 WHO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그리스 문자 크시는 로마자로 변환했을 때 ‘xi’로 쓴다. 공교롭게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성 ‘시(習)’를 로마자로 표기할 때 쓰는 ‘Xi’와 겹친다. 영어로 크시 변이는 ‘xi variant’라고 표기하게 되는데, 이는 ‘시진핑 변이’로 인식될 수 있다. 시 주석의 성과 같은 철자의 단어를 변이 바이러스의 이름으로 쓰는 게 WHO로선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영국 유력 보수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폴 누키 국제보건 담당 편집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WHO가 누와 크시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고 소식통이 확인했다”며 “모든 팬데믹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라고 밝혔다. 트위터 캡처

영국 유력 보수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폴 누키 국제보건 담당 편집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WHO가 누와 크시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고 소식통이 확인했다”며 “모든 팬데믹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라고 밝혔다. 트위터 캡처

실제로 영국 유력 보수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폴 누키 국제보건 담당 편집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WHO가 누와 크시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고 소식통이 확인했다”며 “모든 팬데믹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라고 꼬집었다. 보수 성향이 짙은 테드 크루즈 미국 상원의원(공화당) 역시 “WHO가 중국 공산당을 이렇게 두려워하면 중국이 치명적 전염병을 은폐하려 할 때 WHO가 그들을 불러낼 것이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비난했다.

WHO가 그간 중국에 대해 저자세를 취해 왔던 것도 ‘WHO가 알아서 기었다’는 음모론 확산의 밑거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 WHO는 코로나19의 ‘원점’으로 지목되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 현지 조사에서 중국 당국의 협조를 많이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중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그가 2017년 WHO 총장 선출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 지원을 약속한 중국을 거스를 순 없을 것이라는 또 다른 음모론이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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