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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의 실험..."사전포장 안해요. 각자 담아 가세요"

입력
2021.11.30 14:00
수정
2021.11.30 14:1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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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 진행된 유어보틀위크
서울·인천 등지 상인들 참여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마트 '사러가 쇼핑센터' 청과물 진열대에 채소와 과일이 사전 포장 없이 진열돼 있다. 이현지 인턴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마트 '사러가 쇼핑센터' 청과물 진열대에 채소와 과일이 사전 포장 없이 진열돼 있다. 이현지 인턴기자

11월 17일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마트 ‘사러가 쇼핑센터’. 청과물 진열대에 방울토마토, 감, 사과 등이 포장되지 않은 채로 올려져 있다. 일반마트에서 흔히 플라스틱이나 비닐로 꽁꽁 포장해 진열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매대 위에는 “다시 쓰는 플라스틱 통, 양파망, 종이봉투 등으로 자유롭게 포장해보세요”라고 적혀 있다.

마트에서 포장재가 사라진 건 일회용품 줄이기 행사 ‘유어보틀위크’의 일환이다. 다회용기 공유 업체 보틀팩토리가 주최하는 행사로, 11월 8일부터 29일까지 3주간 진행됐다. 이 기간 동안 상인들은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고, 손님들에게도 다회용기 사용을 권한다. 평소 막연히 ‘찜찜해서’ ‘계산이 늦어질까 봐’ 미리 제품을 포장하던 습관을 멈추고 ‘일회용품 없는 상점’을 실험해보는 셈이다.

2018년 연희동 가게 10곳에서 시작한 행사는 입소문이 나며 올해 서울 서촌(종로구)·연희동·인천 동구 배다리마을로 번졌다. 참여한 상점은 총 79곳. 멀리서 일부러 다회용기를 들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늘어서, 5명 중 1명꼴로 다회용기로 포장을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사러가 쇼핑센터'에 행사 참여를 독려하는 포스터와 안내문이 걸려 있다. 이현지 인턴기자

'사러가 쇼핑센터'에 행사 참여를 독려하는 포스터와 안내문이 걸려 있다. 이현지 인턴기자

행사에 참여한 서촌의 떡집 ‘신진떡집’은 판매할 떡 절반을 한데 모아 뒀다. 평소에는 폴리염화비닐(PVC) 랩으로 소포장해 판매하지만, 이날은 다회용기 이용을 원하는 손님을 위해 떡 절반가량을 큰 비닐에 담아 진열한 것이다. 점주 A씨는 “깔끔해 보이지 않아 우려했지만 손님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서촌의 '신진떡집'에 일부 상품이 소포장되지 않은 채 진열돼 있다. 오른쪽은 평소대로 PVC랩으로 포장돼 있는데, PVC는 염소(CI) 함량 탓에 재활용이 안 된다. 이현지 인턴기자

서울 종로구 서촌의 '신진떡집'에 일부 상품이 소포장되지 않은 채 진열돼 있다. 오른쪽은 평소대로 PVC랩으로 포장돼 있는데, PVC는 염소(CI) 함량 탓에 재활용이 안 된다. 이현지 인턴기자

비닐로 빵을 포장해주는 빵집도 일부 품목을 소포장하지 않은 채 판매했다. 작은 빵 하나를 먹고 싶어도 비닐 포장재가 덕지덕지 딸려 오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연희동의 빵집 ‘폴앤폴리나’ 직원 B씨는 “손님들이 생각보다 많이 다회용기에 빵을 가져간다”며 “반찬통, 천주머니 등 종류도 다양해 놀랐다”고 전했다.


집에서 챙겨 온 다회용기로 빵을 포장해봤다. 용기가 단단한 덕에 빵이 찌그러지거나 물러지지 않아 좋았다. 이현지 인턴기자

집에서 챙겨 온 다회용기로 빵을 포장해봤다. 용기가 단단한 덕에 빵이 찌그러지거나 물러지지 않아 좋았다. 이현지 인턴기자

세탁소와 쌀집도 참여했다. 연희동의 ‘금성컴퓨터크리닝’ 점주 박미영(56)씨는 세탁 비닐과 옷걸이를 고객이 원할 때만 제공했다. 박씨는 “가게에서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던 차에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아직 감축량이 크진 않지만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이고 싶다”고 했다.

쌀과 잡곡 등을 판매하는 연희동 ‘경복쌀상회’ 점주 김형진씨도 “수년째 손님들에게 꾸준히 다회용기 사용을 권해 지금은 전체 손님의 약 20%가량이 다회용기를 이용한다”며 “특히 학생들이 소식을 듣고 빈 병을 가져와 담아갈 때 뿌듯하다”고 했다. 이밖에 꽃집·음식점·서점 등도 행사에 참여했다.

다만 매장 상당수가 일부 품목에 대해서만 사전 포장을 하지 않거나 행사 기간에만 단발성으로 포장을 줄이는 등 아쉬움이 있었다. 일부 빵집은 크기가 작은 빵은 평소처럼 비닐로 포장해뒀고, 신진떡집처럼 떡 절반은 여전히 비닐로 소포장을 해둔 곳도 많았다.

신진떡집 점주 A씨는 "여전히 소포장을 선호하는 손님이 있어 비닐을 완전히 포기하기 어렵다"며 "소비자들도 한 번씩 다회용기 사용을 시도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는 “행사를 통해 일회용품 포장이 너무 익숙한 상황에 다회용기를 사용해보는 ‘시작의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라며 “상인과 고객 모두 ‘해볼 수 있겠다’는 것을 경험하고 일회용품을 줄여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김현종 기자
이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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