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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 공식 초청... 美中 갈등 또 격화할 듯

입력
2021.11.24 19:00
수정
2021.11.24 21:57
17면
0 0

내달 9, 10일 화상 회의... 총 110개 나라 초청
한국·일본·EU 회원국 등 동맹국 대부분 포함
中 "미국의 대만 초청은 '실수'" 거센 반발

조 바이든(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중순 ‘중국·러시아 견제’ 목적으로 개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공식 초청했다. 물론 화상 회의 방식인 데다 초청국도 110개 국인 만큼, 미국과 대만 정상 간 ‘스킨십 강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16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 의사를 확인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선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낀 듯하다. 중국 당국은 미국의 대만 초청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최근 ‘비축유 방출 협조’ 등으로 잠시나마 소강 국면을 맞았던 미중 갈등이 다시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내달 9, 10일 화상으로 열리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초청된 110개 국가 명단을 공개했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회원국 다수를 비롯해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들은 거의 대부분 초청 대상에 포함됐다. 당초 예상대로 중국과 러시아는 명단에서 빠졌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라크만 초청됐다. 미국의 동맹이지만 전제 군주정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카타르 등은 제외됐다. 권위주의 정권이 통치하고 있는 이집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도 초청되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초청국은 역시 대만이다. 대만 문제는 미중 갈등의 핵심 이슈 중 하나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시 주석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반대한다는 뜻을 표명하면서도,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키고 있다”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시 주석도 “대만 독립·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레드라인을 돌파하면 우리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 등 대만 문제에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중국은 예상대로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 관영 CGTN, 글로벌타임스 등은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대만의 분리주의 세력과 결탁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주펑롄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 역시 미국의 대만 초청은 '실수'라며 "우리는 미국과 (대만) 섬 사이 어떤 형태의 공식적 교류도 단호히 반대한다. 이는 분명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주 대변인은 또 미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며 대만 문제를 적절히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전 세계의 이목은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과연 대만을 초청하느냐에 쏠려 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공식 초청한 사실에 대해 AFP통신은 “중국의 강한 분노를 각오한 행보”라고 표현했고 중국 당국의 발언으로 분노는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한편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을 규합해 △권위주의 퇴치 △부패 척결 △인권 존중·증진 등을 함께 고민하겠다는 게 표면적인 논의 주제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진짜 목표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 나아가 중국 및 러시아의 세력 확장에 맞서는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데 있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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