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오대근 기자·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공격 타깃이 엇갈리고 있다. 이 후보는 자신의 맞상대인 윤 후보를 집중 조준한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공격을 받아치는 대신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다. '공격의 삼각관계'인 셈이다.
尹, 2주 넘게 문 대통령만 공격
윤 후보가 처음부터 이 후보를 외면한 건 아니다. 이달 5일 대선후보로 선출 전까진 '이재명 때리기'에 집중했다. 이재명의 호적수는 윤석열'임을 부각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서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이 후보는 대장동을 떠날 수 없다"고 경고했고, 이달 4일에는 "이 후보의 '친서민' 가면이 찢어졌다"고 했다.
윤 후보의 공격 타깃은 이내 바뀌었다. 8일부터 24일까지 윤 후보가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 15개를 분석해 보니, '이재명'이란 이름은 단 한 차례 등장한다. 민주당이 이 후보의 대선공약을 위해 초과세수를 사용하려는 것을 견제할 때였다.
윤 후보는 대신 문 대통령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끝내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파괴 정부다" 등 '문재인'이란 단어를 23차례 썼다. 대장동 의혹 공세를 비롯한 이 후보 공격은 윤 후보 대변인단이 전담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중앙일보 주최로 열린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는 윤 후보가 가진 '반(反)문재인' 상징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 후보와 1대 1로 맞붙다 이 후보 페이스에 말릴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순발력과 공격력 면에서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앞서 있는 게 현실이다.
이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직접 하지 않는 것은 윤 후보의 비호감도를 줄이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는 윤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를 직접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필요할 때 국민을 상대로 메시지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李, 같은 기간 '윤석열' 40차례 언급
반면 이 후보는 윤 후보를 직접 공격하는 정공법을 쓰고 있다. 윤 후보가 이 후보를 단 한 차례 거명한 이달 8~24일 이 후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윤 후보가 40차례 소환됐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정책과 자질을 두루 비판한다. 윤 후보가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를 내놓자 "주택청약에 대해선 잘 알지도 못하더니 상위 1.7%만 부담하는 종부세는 적극적으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가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내비쳤을 땐 "역주행도 정도껏 하라"고 쏘아붙였다. 윤 후보가 광주 5·18 민주묘지 방명록에 "5월 정신을 '반듯이' 세우겠다"고 쓴 것이나, 마스크를 쓰지 않아 논란이 된 것도 일일이 짚고 넘어갔다.
이는 '능력만큼은 행정 경험이 많은 이재명이 낫다'는 프레임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국리서치 등 4개 기관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경제 정책(8~10일), 외교·안보 정책(15~17일)을 잘할 것 같은 대선후보를 물은 결과, 두 영역 모두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NBS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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