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가 어떻든, '마블'은 '마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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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가 어떻든, '마블'은 '마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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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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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라제기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

'이터널스'는 7,000년 전 외계에서 지구로 온 불멸적 존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마동석이 '마블 히어로'로 출연한다는 점 때문에 특히 관심을 끌었던 영화 ‘이터널스’에 대해 혹평이 잇따르고 있다. 대체로 환대받던 이전 마블 영화들과는 다르다. “마블 영화 사상 가장 재미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새로운 마블의 시작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호평도 있으나 소수에 불과하다.

확실히 ‘이터널스’는 이야기의 운만 떼다가 끝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이터널스’는 애초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이전 영화에 나오지 않은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캐릭터들의 특징과 면면을 소개해야 하니 서두가 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해야 하는 탓에 설명조 화법이 이어진다. 낯선 캐릭터들로 새 출발을 알려야 하니, 제 아무리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자인 클로이 자오 감독이라도 힘에 부쳤을 듯하다. 스포츠로 치면 ‘이터널스’는 빌드업(당장의 승리보다 미래를 위해 팀 전력을 정비하는 것)을 위한 영화, 바둑에 비유하면 포석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마블은 ‘아이언맨’(2008)을 시작으로 10년 넘게 스크린에 마블 왕국을 건설해왔다. 마블 왕국의 토대는 마블코믹스의 만화들이다. 주요 캐릭터들이 만화를 통해 구체화됐고, 만화 내용을 바탕으로 영화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아이언맨’ 시리즈와 ‘토르’ 시리즈,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등이 개별적이면서도 상호 연결돼 시너지 효과를 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 캐릭터들로 구축한 독창적인 세계ㆍMCU)는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며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모았다.

하지만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등 10년가량 활약해온 MCU 캐릭터들에 관객들이 지겨워질 때가 됐다. 다양성이라는 시대 흐름에 맞춰 새 캐릭터들의 등장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출연배우들의 몸값이 훌쩍 올랐다.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이언맨’으로 200만 달러를 번 것으로 추정되나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는 적어도 3억9,600만 달러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MCU 4기’가 시작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할리우드 경쟁자들이 마블의 성공을 보고만 있을 리는 없다. 워너브러더스가 마블코믹스의 라이벌인 DC코믹스와 손잡고 반격에 나섰다. DC코믹스는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플래시 등 여러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와 DC코믹스는 저스티스 리그라는 슈퍼히어로 집단으로 MCU처럼 스크린에 DC유니버스를 만들어내려 했다. 다만 ‘저스티스 리그’(2017)가 크게 흥행하지 못하고 혹평을 받으면서 DC유니버스는 여전히 지리멸렬 상태다. 유니버설픽쳐스는 미이라와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늑대인간 등 자사가 보유한 공포영화 캐릭터들을 바탕으로 다크 유니버스를 만들고 싶어한다. 톰 크루즈가 주연한 ‘미이라’(2017)가 출발점이었으나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2일 출범한 디즈니플러스를 보면, 여전히 마블이 경쟁자들을 압도할 듯하다. 디즈니플러스에서는 MCU와 연계된 슈퍼히어로 드라마 ‘완다비전’과 ‘로키’를 볼 수 있다. 컴퓨터그래픽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완성도가 뛰어나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기발하고 재미있다. 이달에는 드라마 ‘호크아이’가 새로 선보인다. 영화들로만 연결됐던 MCU가 드라마를 통해 더 강고해질 듯하다. ‘이터널스’만으로 마블의 미래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듯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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