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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중계도 스트리밍 시대

입력
2025.03.01 12:01
수정
2025.03.01 14: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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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앞두고 지난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대로에 오스카 홍보물이 설치돼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제9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앞두고 지난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대로에 오스카 홍보물이 설치돼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1929년 5월 16일 미국 주요 영화인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했다.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루스벨트 호텔에서였다. 그들은 3개월 전 발표한 수상 결과대로 수상자들에게 트로피를 안겼다. 비공개 식사 자리였으나 돈을 내고 들어온 구경꾼들이 있었다.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시작이었다.

오스카로 종종 불리는 아카데미상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관련 행사다. 영화제 중의 영화제로 불리는 칸국제영화제는 1946년 첫발을 내디뎠다. 세계 첫 영화제임을 자부하는 베니스국제영화제는 1932년 출범했다. 토니상(공연)도, 에미상(방송)도, 그래미상(대중음악)도 오스카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초기에는 조금 맥 빠진 행사였다. 밤늦게 행사가 끝나면 신문들이 마감 시간을 맞출 수 없으니 시상식이 끝나기도 전 수상 결과를 언론사에 미리 알렸다. 2회 때부터 시상식 실황이 라디오로 중계됐다. 영화, 특히 할리우드의 위상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1953년부터 TV 중계가 이뤄졌다. 이후 전파를 타고 여러 나라 영화 팬들이 동시에 즐기는 영화 행사가 됐다.

볼거리가 많은 시대라고 하나 아카데미 시상식은 여전히 눈길 가는 행사다. 유명 배우들이 한껏 갖춰 입고 무대에 올라 수상의 기쁨을 나누는 장면만으로도 특별하다. 중계권을 두고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사인 NBC와 ABC가 TV 중계권을 뺏고 뺏기기를 반복하며 오스카 시상식을 미국 안방에 전해온 이유다. 오스카를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재정 상당 부분이 중계권료에서 나온다. ABC는 2021~2028년 중계권료로 최소 10억 달러(약 1조4,600억 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는 큰 변화가 있다. ABC가 여전히 TV 중계권을 가지고 있으나 방송과 더불어 스트리밍으로도 2일 오전(현지시간) 있을 시상식 실황이 대중에 전해진다. 미국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훌루가, 미국 밖에서는 또 다른 OTT 디즈니플러스가 온라인 중계를 각각 책임진다. ABC와 훌루, 디즈니플러스는 월트디즈니컴퍼니 자회사들이다.

OTT의 오스카 중계는 미디어 시장의 급변을 또 한 번 보여준다. 넷플릭스와 애플TV플러스 등이 프로레슬링이나 미국 프로축구 등 인기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위해 거액을 쏟듯이 유명 시상식 중계 역시 OTT 손에 넘어가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부터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하고 있다. 한국 영화 팬들도 이제는 SAG상 시상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오스카 중계가 지상파TV를 떠나는 시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 OTT로 넘어간 미디어 산업 주도권이 전통 미디어로 돌아갈 일은 없을 듯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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