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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부터 무라벨 생수까지...'착한 먹거리' 앞장서는 농심

입력
2021.11.28 15: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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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농심의 스테디셀러 '짜파게티'에는 콩고기가 들어간다. 농심 제공

농심의 스테디셀러 '짜파게티'에는 콩고기가 들어간다. 농심 제공

1984년 출시돼 누적 판매량 75억 개, 국민 1인당 145개를 끓여먹은 '짜파게티'는 짜장라면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의 폭발적인 인기로 짜파게티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지도를 높였다.

이런 짜파게티를 조리한 뒤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글동글한 고기 조각이 보인다. 식감도 고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건 고기가 아닌 콩이다. 농심 관계자는 28일 "당시 생고기를 동결 건조시키는 기술이 부족해 콩고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커져 소비자 피드백을 받고 콩고기를 약 10회 이상 업그레이드해 지금과 같은 모양과 식감으로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 별세한 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에 이어 7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신동원 회장이 새로 내건 농심의 슬로건은 '인생을 맛있게'다. 소비자와 환경, 사회를 신경쓰는 '착한 먹거리'로 인생을 맛있게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농심은 슬로건처럼 착한 먹거리로 맛있는 인생을 만들어주기 위해 ESG 경영 강화를 위한 별도의 조직도 꾸렸다.

짜파게티에서 자신감 얻은 농심, 대체육 브랜드 박차

독자 기술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 특유의 육즙을 재현한 '베지가든'. 농심 제공

독자 기술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 특유의 육즙을 재현한 '베지가든'. 농심 제공

별도의 연구팀까지 조직한 농심은 대체육 브랜드에 '진심'이다. 대체육 연구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도 풍부하다. 짜파게티 개발 때부터 별첨개발팀과 소재개발팀이 콩단백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식물성 단백질 관련 핵심 부서들이 모여 연구를 본격화했고, 2019년에는 대체육 기술을 제품화하기 위한 전용 생산라인까지 구축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체육은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먹거리로 꼽힌다. 국내는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기술 발전과 함께 대체육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농심은 라면 별첨 수프에 사용하는 대두단백과 수출용 'NO MEAT' 라면 수프를 제조하며 비건 푸드 개발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또 맛을 내는 정미소재 개발에도 신경써 맛있는 식물성 대체육과 비건 간편식품을 만들고 있다.

특히 독자적으로 개발한 고수분 대체육 제조공법 'HMMA(High Moisture Meat Analogue)'로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 고기 특유의 육즙까지 그대로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심은 HMMA 기술이 업계에서 사용되는 대체육 제조기술 중 가장 앞서 있다고 자부한다. 베지가든 출시 전 1년 동안 수없이 많은 소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끊임없이 제품을 개선한 것도 이런 자신감의 이유다.

시장 확장성도 놓치지 않았다. 최근까지 국내 대체육 시장은 대부분 스테이크와 패티 등 양식 메뉴에 한정됐다. 반면 베지가든은 한식 반찬으로 활용 가능한 대체육 제품이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라벨 없는 생수, 페트병 경량화도 추진

라벨을 없애고 페트병에서 플라스틱을 덜어 내 경량화한 '백산수'. 농심 제공

라벨을 없애고 페트병에서 플라스틱을 덜어 내 경량화한 '백산수'. 농심 제공

농심은 지난 5월 라벨이 없는 '백산수'를 출시했다. 생수 라벨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줄이고 페트병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농심은 연내 백산수 전체 판매 물량의 50%를 무라벨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필름 연간 사용량을 60톤 이상 감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페트병 경량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2019년 12월 백산수 0.5L 제품의 경량화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13.5% 줄인 데 이어 올해 안에 2L 페트병에서도 상당량의 플라스틱을 덜어 낼 예정이다. 농심은 페트병 경량화로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기존 대비 440톤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재활용 업체에 무라벨 페트병을 무상으로 공급하고, 해당 업체에서 생산한 재생 페트를 제품 공정에 다시 활용한다. 재생 페트 자원 순환 프로세스 구축을 위해서다. 농심은 지난 5월부터 식품업계 최초로 '오징어짬뽕큰사발' 뚜껑의 재료로 재생 페트 필름을 사용했다. 최근 출시한 '새우깡 블랙'의 포장재에도 같은 필름을 적용했다. 농심은 제품뿐만 아니라 굿즈(기획상품) 등에도 재생 페트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묶음 포장재도 바꿔...업계 최초 띠지 묶음 출시

비닐이 아닌 종이 밴드로 4개씩 묶은 농심 '생생우동'. 농심 제공

비닐이 아닌 종이 밴드로 4개씩 묶은 농심 '생생우동'. 농심 제공

업계 최초로 묶음 포장재도 바꿨다. 지금도 라면 5개입 등 묶음 제품들은 비닐로 한 번 더 포장돼 출시된다. 낱개 제품만으로도 최소 겉비닐과 수프 비닐 2개가 나오는데, 굳이 포장 비닐로 한 번 더 감싸는 것이다.

폐비닐 문제가 지적되자 농심은 지난 6월 '생생우동' 4개 묶음 포장을 종이 밴드로 감싸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묶음 포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비닐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연간 감축 가능한 플라스틱 사용량은 약 20톤으로 추산된다.

농심은 다른 제품 재포장에도 비닐 대신 종이 밴드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물류, 유통 및 생산시설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보다 쉽게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최근 큰사발면 용기 재질을 종이로 바꾸고 생생우동 용기도 흑색에서 백색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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