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다"는 윤석열·"아니라"는 김종인... 선대위 인선 '삐걱'

尹, 통합·약자·청년 상징 기구 구성
金 "기구에 몇 사람 넣어서 통합되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사무실로 향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선후보의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이 거듭 삐걱거리고 있다. 윤 후보가 '통합'과 '원팀'을 테마로 짠 인선안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좀처럼 수락하지 않으면서 17일 공개적으로 잡음이 흘러나왔다.

윤 후보 측은 "오늘 김 전 위원장을 만나 선대위 구성을 논의했다"고 공개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만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상당한' 이견이 있다는 뜻이다.

이에 윤 후보가 요구한 권성동 당 사무총장 인선만 18일 확정되고, 선대위 출범은 더 늦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 후보가 대선후보가 된 게 지난 5일이니, 선대위 인선으로 약 2주를 흘려 보내게 되는 셈이다.

호남ㆍ청년ㆍ약자, 후보 직속으로 챙긴다

선대위의 큰 얼개는 짜인 상태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후보는 선대위 조직과 별개로 외부에 후보 직속 특별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핵심은 국민통합위. 탈진보와 중도 인사, 호남 출신 인사들이 두루 참여할 수 있는 ‘빅텐트’를 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합위원장으로는 여권의 비(非)문재인 인사인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영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날 저녁까지 김 전 대표가 확답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준석 당대표는 "아이디어가 가장 떨어졌을 때 하는 게 통합론"이라며 "선대위가 반문재인 집합소가 되면 (국민의힘이 패배한) 지난해 총선의 재판이 된다"며 김 전 대표 영입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미래비전위원회, 약자동행위원회 구성도 검토되고 있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위원장 물망에 올랐는데, 김병준 전 위원장은 상임선대위원장에도 거론된다.

이는 호남ㆍ청년ㆍ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해온 김 전 위원장의 취향에 맞춘 인선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 측은 “김 전 위원장이 생각하는 정책 방향을 뒷받침할 새로운 조직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했다. 정작 김 전 위원장은 냉랭하다.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구 만들고 몇 사람 들어간다고 국민 통합이 되느냐”며 “그런 건 빈축만 살 뿐 효과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관계가 껄끄러운 김병준 전 위원장을 비토하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윤석열(왼쪽 사진), 김종인

선대위는 3단계 선대위원장ㆍ6인 본부장 체제로

선대위는 총괄-상임-공동으로 이어지는 ‘3단계 선대위원장’ 체제에 6개 본부를 수평 배치하는 구성안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는 당연직으로 각각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게 된다. 이 외 나경원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처럼 상징성 있는 인물들이 계속 추가되면 공동선대위원장이 약 1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선대위 실무는 정책ㆍ조직ㆍ직능ㆍ홍보 본부와 당무지원종합본부, 특보단에서 맡는다. 6인 본부장 자리엔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두루 거론된다. 주호영ㆍ권영세ㆍ윤상현ㆍ김태호 의원 등 중진들과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도읍ㆍ추경호 의원 등이 유력한 후보군이다.

권성동 후보 비서실장이 사무총장으로 가면, 사실상 총괄선대본부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비서실장은 이양수 수석대변인이나 윤한홍 의원이 맡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건희씨를 보좌할 후보 배우자 담당 실장으로는 양금희 의원이 유력하고, 윤 후보 수행실장은 이용 의원 유임 가능성이 크다.

'이준석 패싱' 윤석열, 김종인부터 찾았지만...

윤 후보는 이날 이 대표와 만나 선대위 인선 작업을 마무리지을 계획이었지만, 전격 취소했다. 대신 김 전 위원장을 찾았다. 이 대표는 “윤 후보와는 전화상으로 이야기했고, 이견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엇박자는 다른 곳에서 노출됐다. 윤 후보의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과 대체적으로 의견 일치를 봤다”는 입장문을 냈는데, 김 전 위원장이 회동 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을지를 확답하지 않은 채 윤 후보 측과 밀당을 계속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관계자는 "김병준 전 위원장과 김한길 전 대표 합류, 윤 후보 주변 인사들의 잔류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라며 "윤 후보 측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견이 없다'고 공지한 건 이견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최원일 천안함 전 함장, 이성우 유족회장과 면담을 갖고 있다. 오대근 기자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박재연 기자 repla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