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웅표' 주크박스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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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웅표' 주크박스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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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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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 월간 공연전산망 편집장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의 공연 장면. 현대사 100년 동안의 대표 가요를 엮어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마방진 제공

고선웅은 작품마다 명확한 색깔을 보여주는 연출가이다. 대표작인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뜻하지 않게 가문의 마지막 핏줄을 맡아 소임을 다하며 희생하는 정영의 삶을 생략과 비약으로 충실하게 쫓았다.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는 성적 수위가 높은 이야기와 인물들을 궁지에 몰린 여성 서사로 건조하게 풀어낸다. 신파극 '홍도야 우지마라'를 각색한 '홍도'에서는 감정 과잉과 과장을 극단으로 밀고가 오히려 담백한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그가 선보인 주크박스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은 지난 100여 년간 히트한 노래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백만송이의 사랑'에는 '백만송이 장미' '목포의 눈물' '님은 먼곳에' '아파트' '달의 몰락' '허니' '챔피언' '그 중에 그대를 만나' 등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사랑받았던 가요 30여 곡이 사용된다. 시대 배경이 시간적으로 넓을 뿐만 아니라 곡의 수도 많다. 기존 가요를 뮤지컬 넘버로 사용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을 창작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이미 쓰인 가사와 새롭게 창작된 드라마를 절묘하게 결합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여러 곡의 가사와 이야기를 마치 퍼즐 맞추듯 넣고 빼고를 거듭하며 끝없는 조율 과정을 거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기존 가사를 이야기에 맞춰 변형시키곤 한다. 그러나 '백만송이의 사랑'은 30여 곡이나 되는 노래를 기사의 변형 없이 온전히 들려준다.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의 공연 장면. 마방진 제공

'백만송이의 사랑'은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히트 가요를 매우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음악에 비중을 두다 보면 이야기가 빈약해지기 쉽다. '백만송이의 사랑'은 기승전결의 유기적인 이야기 구조를 갖추는 대신 각 시대의 인물들을 느슨한 연계 속에 파편처럼 제시해 놓았다. 서로 다른 시대의 인물들을 단순히 나열하기만 했다면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선웅은 명확한 콘셉트가 이들의 이야기를 관통하도록 엮어냈다. 각 인물을 관통하는 콘셉트는 ‘사랑’이다. 제목이 '백만송이 장미'가 아닌 '백만송이의 사랑'이 된 이유다.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와 기녀의 사랑은 '사의 찬미'로, 6·25전쟁으로 짧게 만나고 길게 헤어져야 했던 젊은 부부의 이야기는 '낭랑 18세'와 '봄날은 간다'로, 부모의 반대로 헤어져야 하는 가난한 무명가수와 부잣집 딸의 사랑은 '당신은 모르실거야'로, 대성리 MT에서 수줍은 고백은 '취중진담'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일제시대, 6·25전쟁의 시작과 피란길, 독재에 대항하는 시위대, 낭만의 대학 시절 대성리 MT, 1980년대 학생운동 등 각 시대를 상징하는 근현대사 장면들이 펼쳐진다. 각 역사의 시간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나고 이별의 아픔은 존재했다. '백만송이의 사랑'은 굴곡진 역사 속에서도 서민들과 함께했던 히트곡을 뮤직비디오 퍼레이드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가사의 주인공이 있고 사연이 있다 보니 익숙하게 알던 노래가 더 깊숙한 울림을 준다. 수없이 들었던 노래인데도 가사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된다. 동시대의 노래가 나올 때면 그때의 감성이 훅 돋아나 가슴이 더욱 뭉클해진다.

'백만송이의 사랑'은 매 시기마다 우리와 함께했던 가요를 통해 사랑하고 이별했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삼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코로나19가 아니라면 함께 목 놓아 부를 수 있는 장면이 하나쯤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 역시 또 한 편의 시대적 풍경일까. 의정부문화재단, 하남문화재단, 군포문화재단과 극공작소 마방진이 공동제작한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은 한남문화예술회관(19·20일), 군포문화예술회관(26·27일)에서 공연한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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