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규 물량 공급땐 세심한 배분 기준 마련해야"
“사실 우린 요소수 걱정 별로 없어요.”
지난 8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대형 운송업체 화물차 운전자 A씨는 최근의 ‘요소수 대란’에서 비켜나 있는 듯 했다. 회사 소유 차량을 운전하며 월급을 받는 상황이라 위기감도 낮고, 회사가 비축해 둔 요소수 물량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A씨는 “회사 운영 차량이 워낙 많아 요소수 같은 필수 자원은 어느 정도 비축해둔 걸로 안다”며 “주유소와 거래량도 많아서 부족 시에도 우리 회사가 먼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A씨 차량 바로 앞에서 이삿짐을 나르던 개인 화물차 운전자 60대 B씨 사정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B씨는 “당장 멈춰 설 위기는 아니지만, 이달 말이면 (요소수 부족)경고등이 켜질 것 같다”며 “대란 이전보다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10배 넘는 가격(L당 약 10만 원)에 거래되는 요소수를 구하기엔, 하루 벌이의 절반 이상을 지출해야 해서 일단 정부를 믿고 버텨보자는 생각이다”고 걱정했다.
지난달 중국의 수출제한 조치 이후 국내 공급이 확 줄어든 요소수 확보 전쟁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수백 대 차량을 보유한 운송 기업은 사전에 비축해둔 요소수를 활용하거나 특정 주유소와 거래가 활발한 덕분에 향후 요소수 우선 확보에 유리한 상황이다. 반면, 요소수가 부족할 때마다 구매해 왔던 소규모 회사나 개인 화물 운송업자들은 마땅히 요소수를 구할 길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 대형 온라인 쇼핑몰 배송 차량 운전자는 “우리는 직원일 뿐, 차량 관리는 따로 하지 않아서 걱정이 크진 않은 편”이라면서도 “소규모 회사나 개인사업자는 요소수 부족에 따른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어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 걱정은 된다”고 전했다.
실제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배송기사를 직고용한 업체는 자체적으로 요소수 물량을 확보, 각 지점에 배포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경우 ‘캠프(배송 거점 개념)’마다 100~300대가량의 ‘쿠팡카(배송차량)’가 있는데, 이미 요소수를 여유있게 비축해 당장 배송 차질은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지정 주유소를 활용하는 CU나 배송차량 ‘터미널’을 운영하는 마켓컬리의 경우에도 일단 연말까지 사용할 요소수는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도 품귀 현상이 두 달 이상 지속될 경우 배송 차질을 불가피할 전망이다.
‘요소수 확보 취약층’으로 꼽히는 소규모 회사나 개인사업자는 “요소수 확보 경쟁에서 밀려 매출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정부가 베트남과 호주 등에서 들여오기로 한 신규 물량 공급 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지 않도록 조금 더 세심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운전자 커뮤니티에선 요소수의 주재료인 요소 3,000톤을 보관하고 있던 수입업체가 정부에 적발되거나, 제주에서 개인창고에 쌓인 요소수 수십 통을 훔친 40대 남성이 입건되는 사건을 두고 “사재기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다”며 매점매석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높다.
석유유통업계도 정부의 매점매석 금지 방침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요소수 공급 부족 사태가 ‘물류대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탱크로리 등 연료수송 차량의 우선공급대상 포함 등을 건의하고, 매점매석 금지 등 정부방침에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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