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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량 축소 의혹, 석유·가스 로비스트도 총집결… 산으로 가는 CO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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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량 축소 의혹, 석유·가스 로비스트도 총집결… 산으로 가는 COP26?

입력
2021.11.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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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85억~133억 톤 축소돼 유엔 제출"
오류 규모 최소한 미국 연간배출량 수준
화석연료 관계자 500여 명 참석도 논란
"정확한 자료 없이는 모든 게 환상" 지적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 회의장 근처로 모여든 환경운동가들이 8일 "우리가 COP26을 감시하고 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글래스고=로이터 연합뉴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 회의장 근처로 모여든 환경운동가들이 8일 "우리가 COP26을 감시하고 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글래스고=로이터 연합뉴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합의한 탄소 감축 목표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COP26의 탄소 감축 목표 설정에서 근거 자료로 쓰인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현 배출량’이 실제보다 축소된 채로 유엔에 제출됐다는 의혹이다. 또, 500명이 넘는 석유·가스 업계 관계자들이 무더기 참석한 사실도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이번 회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 나라의 정확한 배출량 파악이 급선무”라며 탄소 배출 현황이 과소평가된 게 사실이라면, 탄소중립 목표의 실효성도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WP 검증팀 "육지의 탄소흡수량 과대평가 오류"

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자사 검증팀의 자체 분석 결과, COP26 참가국이 유엔에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온실가스 배출량은 실제에 비해 85억~133억 톤가량 축소된 것으로 추정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오류를 바로잡으면, 당연히 지구의 탄소 배출 총량은 대폭 늘어나게 된다. 이를 아무리 적게 추산해도 세계 탄소 배출 2위국인 미국의 연간 배출량 수준이라는 게 WP의 지적이다.

검증팀은 각국이 육지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추정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오류를 범한 탓이라고 판단했다. 전체 오차의 최소 59% 이상은 해당 이유로 발생했는데, 대부분의 국가가 땅의 탄소 흡수량을 과대평가하는 바람에 배출량 수치가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말레이시아는 201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통계 기준으로 온실가스 4억2,200만 톤을 배출했으나, COP26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8,100만 톤에 불과했다고 WP는 전했다. 5년 만에 배출량이 5분의 1로 감소한 셈이다.

이번 회의에서 ‘감축 합의’가 도출된 메탄 배출량에 대해서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수치”라는 비판도 나왔다. WP는 “러시아의 경우, 위성 사진으로 측정하면 메탄 배출량이 세계 최다 수준이지만, 유엔 제출 자료는 과학자의 추정보다도 수백 톤이 적다”고 꼬집었다.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도 메탄 배출량을 실제보다 적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에서 6일 국제환경단체 '붉은 반란 여단' 회원들이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글래스고=AFP 연합뉴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에서 6일 국제환경단체 '붉은 반란 여단' 회원들이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글래스고=AFP 연합뉴스


"유엔의 허술한 배출량 측정 기준이 문제"

유엔의 배출량 측정 기준 자체가 개별 국가들의 꼼수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유엔은 각국 과학자들이 항목별 배출치를 추정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도록 한다. 대기분석이나 위성사진 등을 제출할 필요도 없다.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숫자를 조정할 수 있는 환경이다. 게다가 탄소배출량을 매년 발표하는 게 관행으로 자리잡은 선진국과 달리, 상당수 개발도상국은 발표 의무가 없어 최근엔 자료 제출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COP26 참가국 196곳 중 선진국을 포함한 45개 나라만 2019년 기준 최신 자료를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무엇보다 현재의 배출량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롭 잭슨 스탠포드대 지구과학 교수는 “지금 온실가스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알지 못하면, 감축 목표를 충분히(제대로) 설정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필리프 시아스 파리 기후과학연구소 연구원은 “(관행이 계속되면) 결국 모든 게 환상에 그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기후행동 막은 장본인들이 COP26 참석하다니..."

공교롭게도 전날에는 화석연료 업계 관계자와 로비스트가 COP26에 대거 참석한 사실까지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됐다. 탄소 감축 목표 설정 등의 과정에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이들이 ‘입김’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COP26의 결과물을 둘러싼 의심이 제기될 수도 있다. 영국 비정부기구(NGO) 글로벌 위트니스의 추산에 따르면, 이번 COP26에는 최소 503명의 석유·석탄·가스 관계자가 참여했다. 국가 중 최대 규모로 대표단을 파견한 브라질(479명)보다도 많은 인원 수이고, 의장국인 영국(230명)보다는 두 배 이상이다.

환경운동가들은 “화석연료 로비스트들이 그간 기후행동을 막았던 장본인”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글로벌위트니스 활동가인 머레이 워디는 “수십 년간 화석연료 업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행동을 지연시켰다”며 “그들의 영향력은 25년 동안 유엔이 탄소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이지 못한 결정적 이유”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각에서는 ‘환경 이슈 회의에는 화석연료 관계자 참석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사람들은 로비스트들의 세계보건기구(WHO) 회의 참석이 금지되자, WHO가 금연 캠페인을 활발히 펼쳤던 사례를 기억한다”며 “석유나 가스 회사에도 똑같은 조건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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