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진숙 세종 어진중학교 교장
지난 10여년 혁신교육은 한국 교육의 지형도를 크게 바꿔놓았다. 혁신교육은 한국의 기형적 교육 구조를 다시 공교육의 본질에 맞게 회복시키는 담대한 시도였다. 우리 세종 교육도 2015년부터 혁신교육 정책을 전면에 세워, 의미있는 성과와 변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혁신교육이 ‘공교육의 정상화’ ‘교육의 본질 회복’이란 본 취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 교육이 당면한 과제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미래에 대한 불안한 담론, 인구·기후·생태의 급격한 변화, 보편적 인권 문제 등과 끊임없이 마주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고질병 치유도 여전한 당면 과제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경쟁 지상주의’ ‘학력계급’ ‘극단적 개인주의’ 등 병폐에 갇혀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세종교육은 새로운 미래를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한 ‘혁신프레임’만으로는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이 너무나 엄중하기 때문이다.
결국 세종교육의 미래는 급변하는 시대적 환경이 우리 교육에 요구하는 바를 경청하는 데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먼저, 급변하는 인구 구조는 교육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학령 인구가 급감한 환경 변화는 ‘모든 학생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능력주의와 획일적 서열주의를 극복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한 인격체를 존중하는 특성화·주체화·맞춤화 교육을 더욱 가속화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코로나19로 발생한 교육 격차가 요구하는 가치와 구조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적‧재정적 지원 수준을 넘어, 새로운 협력과 연대, 공감, 연민의 가치를 토대로 교육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얘기다.
셋째, 생태·환경·인권 등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의 변화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환경 문제는 이제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로 떠오른 인류의 과제다. 최근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난민 사태는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 있는 우리에게도 성숙한 세계 시민으로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까지 던져 주고 있다.
이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 교육상은 모든 학생이 존엄한 인격체가 되는 교육패러다임(존엄주의·dignocracy)’으로의 변화, 새 패러다임에 부합한 새로운 인재상의 발견, 경쟁교육에서 연대·협력·공감·배려 교육으로의 중심추 이동, 이를 통해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체성을 가진 모든 학생이, 동료 학생들과 교사, 지역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한 나침반(역량)을 들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세계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며, 모두가 행복(잘삶)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교육도 이렇게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적 내러티브를 앞으로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
다만, 여전히 전통적인 의미의 학력과 지식, 이를테면 우리 인류가 소중히 쌓아온 지적 유산물과 가치는 결코 소홀히 여길 수 없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사유 없는’ 지식이지, 지식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식은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이다. 여기에 학습 주체성을 가진 학생이 자신의 길을 모색할 때 가장 중요한 협력자는 바로 동료 학생, 교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세종교육의 미래를 모색함에 있어, 교사들에 대한 지원 체계 확립과 역량강화 교육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