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 아이콘 윤석열이 위협적"
"캐스팅보터 20대 쥔 홍준표 두려워"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뽑히면 대선 대진표가 완성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중 더불어민주당이 더 껄끄러워하는 건 누굴까. 민주당 인사들의 얘기를 들어 봤다.
윤석열의 위협 포인트: 정권심판의 아이콘
민주당은 그간 윤 전 총장 공격에 화력을 집중했다. 10월 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민주당이 논평에서 윤 전 총장을 비판한 횟수는 54회에 달한다. 하루 평균 1.6회꼴이다. 같은 기간 홍 의원을 겨냥한 논평은 4건에 그쳤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겨눈 논평은 2건이었고,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직접 논평은 없었다.
민주당이 상대하기 쉬운 윤 전 총장의 체급을 일부러 키워 주려 한 걸까. 그보다는 윤 전 총장을 '강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꼽는 윤 전 총장의 위협 포인트는 그가 정권 교체론에 불을 활활 붙일 수 있다는 점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끝에 검찰총장직을 벗어던지는 과정에서 윤 전 총장에겐 '정권 탄압의 희생자 +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용자'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대선과 총선은 기본적으로 정권심판 선거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문재인 대통령과 아무리 차별화를 시도해도,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결집할 정권교체 민심을 허물기는 쉽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은 60%대를 넘는다.
윤석열의 위크 포인트: 무능·배신자 프레임
윤 전 총장이 최근 잇단 실언으로 흔들리면서 그를 쉬운 상대로 보는 민주당 인사들이 늘어났다. "윤 전 총장이 편하다"(정청래 의원) "윤 전 총장이 굉장히 상대하기 쉽다"(김남국 의원) 같은 공개 발언도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해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하다 문 대통령까지 '배신'했다는 이력은 민주당이 지목하는 윤 전 총장의 '취약한 목덜미'다. 민주당 관계자는 "매우 심플한 공격이 될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은 중도진보층을 민주당 중심으로 결집시킬 호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전략통 의원은 "평생을 검사로 산 윤 전 총장이 대선의 각종 이슈를 노련하게 대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행정 경험 부족에 따른 한계가 뚜렷하다는 이른바 '무능 프레임'이다. 여야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 전 총장을 정책으로 압도하는 것은 민주당이 바라는 장면이다.
도덕성 논란과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 후보의 최고 약점. 민주당이 보기에 윤 전 총장은 '도덕성 물타기'를 할 수 있는 상대다. 배우자와 장모가 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스스로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위협 포인트: 2030세대 향한 확장성
민주당은 홍준표 의원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달라졌다. 사석에서 "홍준표가 더 까다롭다"고 말하는 민주당 인사들이 많다. 민주당 수도권 중진 의원의 전언. "얼마 전 지역구 광역·기초의원, 보좌진 2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누가 더 위협적인지 의견을 들어봤다. 홍 의원이라고 모두 입을 모으더라."
왜일까. 홍 의원은 2030세대 남성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4050세대는 민주당을, 60대 이상은 국민의힘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터인 2030세대 표심이 홍 의원에게 가 있다는 것은 위협 요인”이라며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는 2030 남성들은 여론 전파력도 강하다"고 말했다.
선거 승부는 '바람'과 '추세'가 가른다는 말이 있다. 민주당의 한 원로는 "보수진영 단독 선두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기세가 꺾인 윤 전 총장보다는 최근 상승세를 탄 홍 의원의 잠재력이 더 크다"며 "윤 전 총장의 지지층은 정통보수로 좁게 구획된 반면, 홍 의원은 확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막말 논란 등을 제외하면 타격할 결정적 약점이 없다는 것도 민주당의 고민이다. 5선 국회의원과 경남지사를 지내 콘텐츠 경쟁에서 이재명 후보에 밀리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홍 의원은 노련한 지략가다.
홍준표의 위크 포인트: 한 번 이겨봤던 후보
홍 의원이 과대평가됐다고 보는 시각도 물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홍 의원이 지금은 윤 전 총장을 추격하는 입장이어서 검증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국민의힘 후보가 되면 처지가 달라진다"면서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던진 숱한 막말과 독불장군식 리더십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은 2017년 대선에서 홍 의원을 상대로 압승을 거둔 경험이 있어 '예측 가능한 적수'로 여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가 컸다 해도 5년 전 대선에서 이미 한 번 크게 진 홍 의원이 '새로운 돌풍'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홍 의원이 대선후보가 되면 보수진영이 완전히 통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꼽는 약점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부터 불투명하다.
홍 의원이 내건 △주 52시간제 잠정 중단 △남북 군사합의 파기와 나토식 핵보유 △대학 입시를 내신 반영 없는 정시 100%로 개편 △사형제 부활 △민주노총 해체 등 공약이 극단적이어서 중도 확장 능력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장은 홍 의원의 유머 코드 등에 열광하는 유권자들도 투표소에 가면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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