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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포용의 언어에 익숙한 지도자

입력
2021.11.01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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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천
오연천울산대 총장

소모적 네거티브 공방 절제되어야
국정 비전 실현할 조율역량 중시
'나만이 최선의 대안' 환상 벗어나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대통령 후보 경선 토론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의 핵심 주제에서 일탈한 비방, 질타, 말꼬리 잡기 등 낯 뜨거운 공방은 후보자를 선택해야 할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포로로 잡힌 적장(敵將)에게 조차 당연히 갖추어야 할 금도(襟度)는 찾아보기 어렵고 상대방의 약점 들춰내기와 인신공격, 그리고 자화자찬이 난무하는 과정에서 시대정신에 부합한 국정 비전의 제시와 후보자의 정책포지션이 표류되는 듯하다.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언성을 높이고 본질에서 벗어나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공격하는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하물며 국정을 이끌어가겠다고 나선 지도자야말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벗어난 소모적 공방을 절제해야 한다.

미국·영국의 전통 있는 사립고등학교에서 중시하는 교육의 하나로 발표 역량(presentation and speech)을 꼽는다. 자신의 생각을 주어진 시간 안에 명확히 유연하게 전달하는 역량이야말로 전공을 불문하고 자신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의 하나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청중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 의연한 자세, 그리고 짧은 스피치에서도 유머를 통해 청중을 공감시키려는 훈련 역시 미래의 참된 지도자로 성장케 하는 저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다수 국민들은 이번 대선이 역대 어떤 선거보다도 네거티브공방으로 기울어진 나머지 '누가 덜 최악인가'를 선택하는 곤혹스러움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공방이 과열을 빚게 되는 것은 '우리 후보가 최선이고 다른 후보가 된다면 최악의 상황에 돌입하게 된다'라는 이분법적 집단 도그마(dogma)가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후보가 '절대적 우위'를 지니고 있다는 자만심에서 벗어나 다른 후보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상대적 우위를 확인하고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이 바로 민주국가 선거의 본질이라는 점을 간과한 위험한 '자기최면'이라고 볼 수 있다.

거친 언사를 쓰면 마치 결단력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만일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그런 언어 습성을 고수한다면, 과연 산적한 국정 난제(難題)들을 풀어나갈 조율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극단적 비유로 상대방을 궁지에 몬다고 해서, 경쟁자의 지지자들이 마음을 바꾸고, 자신의 상대적 위상이 격상된다고 믿는 것 역시 아전인수(我田引水)의 우(愚)에 해당한다. 개인의 고유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자신의 '무용담'을 우월한 공적 역량으로 포장함으로써 지지율 확대를 꾀하는 것 역시 절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비방에 치중하는 후보를 뽑지 않는 대신 정제된 언어로 절제를 보이며 아래와 같이 상대 후보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고자 한다.

'후보님의 정책은 새로운 착상임이 분명하고 일부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만, "보편적 국민이익"의 실현에는 제약점이 있다고 믿기에 구체적 정책의제로 삼기에는 신중한 판단이 긴요합니다'

'후보님의 반대의견을 접하니, 고려할 점이 많다고 판단됩니다. 다시 정리해 입장을 보완하겠습니다.'

'후보님께서 제시하신 내용은 저의 팀의 공약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국정방향 설정에 반영하겠습니다'

'지적해주신 문제점은 비록 저의 사적 영역이지만, 공인의 위치에서는 국민의 의혹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소상히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후보님의 지적은 공인으로서 앞으로 더욱 사려 깊게 처신하라는 충고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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