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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겜' 편의점에서 소주 마시는 외국인… 쌍문동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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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겜' 편의점에서 소주 마시는 외국인… 쌍문동에 무슨 일이

입력
2021.10.28 11:56
수정
2021.10.28 14:1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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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 촬영지 가보니

중국인 유학생 장취신(오른쪽)씨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 나왔던 편의점 밖 테이블에서 소주를 사 생라면을 쪼개 먹었다. 지난 19일 쌍문동에서 만난 장씨는 "'오징어게임'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그의 또 다른 중국인 친구는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었다. 양승준 기자

중국인 유학생 장취신(오른쪽)씨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 나왔던 편의점 밖 테이블에서 소주를 사 생라면을 쪼개 먹었다. 지난 19일 쌍문동에서 만난 장씨는 "'오징어게임'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그의 또 다른 중국인 친구는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었다. 양승준 기자


'오징어게임'에서 1번(오영수)과 456번(기훈·이정재)이 편의점 테이블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게임'에서 1번(오영수)과 456번(기훈·이정재)이 편의점 테이블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①"일본에서 '오겜' 보고 노부부 찾아와" 팔도건어물

"오징어 한 마리 주세요". 지난 19일 서울 쌍문동 백운시장 '팔도건어물' 사장 송점숙씨는 주문이 들어오자 부리나케 붉은색 물통에서 오징어 한 마리를 꺼내 도마에 올려 놓고 배를 갈랐다. 한국의 전통시장에서 오징어를 주문한 이는 중국인 장컹커(张衡阁)씨. 서울 소재 대학원에서 유학 중이라는 그는 "지난주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을 봤다"며 "인터넷을 뒤져 이 생선가게를 찾아왔고, 산 오징어는 집에서 요리해 먹을 것"이라며 웃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상우(박해수)어머니의 생선가게. 지난해 세 번에 걸쳐 계절마다 쌍문동 백운시장 내 '팔도건어물'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양승준 기자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상우(박해수)어머니의 생선가게. 지난해 세 번에 걸쳐 계절마다 쌍문동 백운시장 내 '팔도건어물'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양승준 기자


'오징어게임'에서 수억원의 빚을 진 상우가 어머니를 몰래 지켜보고 있는 모습. 넷플릭스 캡처

'오징어게임'에서 수억원의 빚을 진 상우가 어머니를 몰래 지켜보고 있는 모습. 넷플릭스 캡처

팔도건어물은 '오징어게임'에서 상우(박해수)의 엄마가 일평생 생선을 토막 내 아들을 서울대까지 보낸 일터의 실제 촬영지다. 지난해 4월, 8월, 12월 세 번에 걸쳐 계절마다 이곳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송씨는 "어제는 일본인 노부부가 '오징어게임'을 보고 촬영지가 궁금해 직접 일본에서 왔다고 하더라"며 "쌍문동에 살았던 프랑스 사람은 프랑스에서 '오징어게임' 보고 너무 흥분해 한국에 다시 와 가게를 찾아왔다"고 했다. 중국, 일본, 프랑스를 비롯해 카자흐스탄에서 온 외국인도 있었다고 한다. 촬영은 송씨에게도 추억으로 남았다. 송씨는 "상우 엄마로 나온 배우(박혜진)분이 쌍문동에 산다고 하더라"며 "고등어 토막 내는 건 배우분이 직접 했고, 오징어 배 가르는 건 초반에 내가 가르쳐줬다"고 했다. 상우 엄마는 '오징어게임'에서 우승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훈(이정재)에 어머니와 함께 먹으라고 손질한 고등어가 담긴 검은 비닐 봉지를 건넨다.

쌍문동이 넷플릭스 사상 최대 히트작 '오징어게임'의 순례지로 요즘 북적이고 있다. 드라마에 나온 생선가게를 비롯해 기훈과 상우가 믹스커피를 마시던 장소, 그리고 1번(오영수)과 456번(기훈·이정재)이 함께 소주를 마셨던 편의점이 외국인들이 주로 들르는 코스다. 직접 세 곳을 둘러보는데 도보로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오징어게임'에서 기훈과 상우가 자판키 커피를 마시던 곳. 쌍문동 백운시장 맞은 편 골목이다. 양승준 기자

'오징어게임'에서 기훈과 상우가 자판키 커피를 마시던 곳. 쌍문동 백운시장 맞은 편 골목이다. 양승준 기자


오징어게임'에서 기훈과 상우가 자판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게임'에서 기훈과 상우가 자판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②커피 자판기는 없었다.... 기훈·상우의 대화 흔적

'팔도건어물' 사장과 대화를 끝낸 뒤 '오징어게임'에서 상우가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기훈에 빚이 60억 있다고 털어놓은 뒤 담배를 피웠던, 시장 맞은 편 골목으로 향했다. 극에서 '국제세탁'을 끼고 왼쪽으로 가 태권도장과 마트가 있는 허름한 건물이다. 실제로 그 건물엔 태권도장이 있었다. 세탁소도 그대로였다. 다만, 커피 자판기는 찾을 수 없었다. 이 골목 초입에 다다르기 직전, '팔도건어물'에서 만났던 중국인 유학생을 다시 만났다. 그 외국인도 쌍문동 '오징어게임' 세 촬영 코스 탐방중이었다.

장씨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중국에서도 화제다. 넷플릭스가 공식으로 서비스되진 않지만, 다 인터넷을 찾아본다고 했다. 장씨는 "살기 힘든 건 어느 나라건 다 똑같잖나"라며 "그 경제적 위기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란 게임도 중국에 비슷한 놀이가 있어 공감됐다"고 했다.


③1번과 456번의 소주 회동.... "동남아 중년 아시아 두 남성이 찾아와 소주 마셔"

편의점은 백운시장 초입에서 덕성여대 기숙사 방향으로 도보 10여 분 거리에 있는 'CU 쌍문우이점'. 편의점엔 '오징어게임 촬영장소'라 적은 소개문부터 드라마 포스터, 극중 편의점 장면 등을 캡처해 인쇄한 A4용지들이 줄줄이 붙어, 한 눈에 촬영지임을 알아 볼 수 있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A씨는 "이틀 전, 동남아시아에서 온 것 같은 중년 외국인 남성이 '오징어게임'을 봤다며 '참이슬'을 사 편의점 밖 테이블에 친구로 보이는 분과 함께 두 시간 정도 소주를 마시고 갔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과 인사를 나누고 편의점을 나오자 마침 세 사람이 이 편의점을 찍고 있었다. 잠시 말을 붙여보니 모두 중국에서 온 유학생들이었다. 이중 장취신(张志勋)씨는 편의점에 들러 소주를 산 뒤 생라면을 쪼개 먹었다. '오징어게임'에 나왔던 장면을 비슷하게 따라한 것이다. 장씨의 모습은 함께 온 중국인 여성 유학생이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장씨는 "유튜브에 올릴려고 이 곳에 왔다"며 웃었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오징어게임'은 이달 27일 기준 세계 OTT 소비량을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서 넷플릭스 티비쇼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한 달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오징어게임'은 공개 23일 만에 약 1억 3,200만 가구가 시청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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