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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 이상 입양인도 시민권 주는 법안, 美의회서 '4수' 도전

입력
2021.10.28 11: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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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한인 입양인
종전법 혜택 못받던 무국적자 대거 구제?
한인 사회도 '입법 로비' 등 발벗고 나서?
'미국 거주' '시민권자 부모' 제약 조건에?
추방자는 제외... 한인 입양인 간 갈등도

편집자주

출생신고도 사망신고도 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분명 존재하지만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이들, 무국적자다. 전 세계 무국적자는 300만 명, 그 중 3분의 1은 아이들로 추산된다. 무국적 문제는 보편 인권에 바탕해야 할 인간사회의 심각한 허점이자 명백한 인재(人災)다.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다.



미국 상원에 발의된 입양인 시민권법.

미국 상원에 발의된 입양인 시민권법.

시민권이 없는 한인 입양인들은 올해 3월 미국 상하원에서 각각 발의된 '입양인 시민권법(ACA)'이 의회를 통과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부모에게 입양된 사람 모두가 시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입법이 이뤄지면 2001년 제정된 '아동시민권법(CCA)'으로도 구제받지 못했던 2만여 명의 한인 입양인이 무국적자의 굴레를 벗을 수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입양인 시민권법은 2009년 이후 세 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극에 달하기도 했던 미국 내 반이민 정서가 큰 걸림돌이었다.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에서 추진하고 있는 입양인시민권법 코스폰서 캠페인. KAGC는 코스폰서가 확보될 때마다 SNS에 소식을 올리고 있다. KAGC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에서 추진하고 있는 입양인시민권법 코스폰서 캠페인. KAGC는 코스폰서가 확보될 때마다 SNS에 소식을 올리고 있다. KAGC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법안 통과에 힘을 쏟고 있는 한국계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은 1일 한국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입양인 시민권 문제가 이민에 관한 논쟁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주변과 동료들에게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입법이 성사되면 혜택을 받게 될 사람들이 한인 입양인을 포함해 4만여 명가량으로 비교적 적다는 점도 미 정치권의 외면을 받는 이유다. 민간 차원에서 입법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의 송원석 사무총장은 "법 제정으로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1983년 이전 출생(39세 이상)한 해외입양인"이라며 "이들 중 다수를 차지하는 한인 입양인에겐 중요한 이슈이지만 여론의 지지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폐기할 것으로 기대됐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사실상 반이민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도 한인 사회를 실망시키는 대목이다. 미국 예일대 법대 학장을 지낸 헤럴드 고(한국명 고홍주) 미 국무부 법률고문은 최근 바이든 정부의 이민자 정책에 실망을 표하며 사의를 밝혔다. 고 고문은 "법에 부합하고 훨씬 더 인도적인 대안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무국적 한인 입양인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으면서 교민사회도 갈등을 빚고 있다. 지금 발의된 법안으로도 시민권 없는 한인 입양인이 모두 구제될 수는 없다는 점이 불씨가 되고 있다. 시민권 부여 대상이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18세 이전에 입양된 해외입양인에 한정돼 있는 탓이다. 입양인 당사자이자 입양인인권법센터(ARLC) 설립자인 그레고리 D 루스 변호사는 "입양 후 파양됐거나, 양부모가 법적으로 입양 절차를 밟지 않았거나, 시민권이 없어 추방된 입양인 등은 ACA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화 '푸른 호수'. 미국에 입양됐다가 시민권을 얻지 못한 채 한국으로 추방된 한인 입양인을 소재로 했다.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영화 '푸른 호수'. 미국에 입양됐다가 시민권을 얻지 못한 채 한국으로 추방된 한인 입양인을 소재로 했다.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이 때문에 무국적 한인 입양인들은 불완전하나마 법을 통과시켜 다수의 무국적자부터 구제해야 한다는 쪽과, 추방된 이들을 포함해 모두가 시민권을 받을 수 있도록 법안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이런 갈등은 최근 추방 입양인을 소재한 영화 '블루바유(푸른호수)' 개봉을 계기로 폭발했다. 영화가 파양 후 시민권을 얻지 못해 한국으로 추방된 아담 크랩서(한국명 신성혁·45)씨의 사연을 차용하고 양부모 사진을 무단 사용한 것이 논란의 발단이었지만, 무국적 입양인에 '추방' '불법' 이미지가 결부되면 입법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논쟁에 기름을 끼얹었다.

한인 사회는 ACA 법안 통과를 급선무로 보고 교민들까지 '입법 로비'에 발벗고 나섰다. 자신이 살고 있는 주의 연방 상하원 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코스폰서(후원자) 동참 약속을 받아내는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KAGC에 따르면 최근까지 공화당 29명, 민주당 27명 등 의원 56명을 공동발의자로 확보했다.

재미 한인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 '정의를 위한 입양인(A4J)'의 타네카 제닝스 활동가는 16일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입법 로비를 지원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앤디 김 의원도 모국인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의회와 대통령이 이 문제가 얼마나 불공평한지를 알게 하는 것"이라며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 외교관들이 입법 로비를 도울 수도 있고, 관련 단체 설립에 한국이 관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관 KAGC 사무처장은 "한국 정부와 국회가 비공식적으로 미국 의회나 행정부와 대화할 기회가 있을 때, 한국도 이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환기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원다라 기자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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