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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60% "병원 찾기 힘들어"...수술 1건 3,700만 원 지불하기도

입력
2021.10.27 14: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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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부모모임 설문조사 결과 공개
성확정 수술받은 20%는 부작용 등 불만족
수술 전 과정 받으면 7,500만 원 들기도

3월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거리두기' 기준을 준수하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거리두기' 기준을 준수하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몸에 대한 혐오감, 성별 위화감 등으로 우울감을 겪는 트랜스젠더들에게 호르몬 치료나 성확정 수술은 생존과 연결된 문제이다. 하지만 트랜스젠더의 60%는 수술을 해줄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공공의료의 사각지대에서 처치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 수술 부작용이 20%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수술인데도 비용이 1,900만 원이나 차이 나기도 했다.

시민단체 성소수자부모모임(부모모임)은 서울시 성평등기금 지원을 받아 국내 트랜스젠더 69명의 성확정 수술 관련 의료기관 이용 경험 조사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트랜스젠더 남성 37명, 여성 23명이 참여했고, 9명은 자기 성별정체성이 남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논바이너리)고 했다. 설문은 이혜민 고려대 보건과학과 연구원이 진행했다.

5명 중 1명 부작용... "수술 단계 깊어질수록 만족도 떨어져"

◇성확정 수술 만족도자료: 성소수자부모모임


매우 만족 만족 보통 불만족 매우
불만족
부작용 등 건강경과
(총 63명)
12명(19.1%)
21명(33.3%) 17명(27.0%) 11명(17.5%) 2명
(3.2%)
비용
(총 62명)
3명
(4.8%)
10명(16.1%) 15명(24.2%) 22명
(35.5%)
12명(19.4%)
접근성
(총 63명)
2명
(3.2%)
7명
(11.1%)
18명
(28.6%)
16명
(25.4%)
20명
(31.8%)

수술 후 합병증이나 부작용 등 건강 경과에서 불만족을 호소한 사람은 20.7%(응답자 63명 중 13명)였다. ‘보통’ 응답은 27.0%(17명)였고 ‘만족’은 33.3%(21명), ‘매우 만족’ 19.1%(12명)였다.

부모모임 관계자는 “수술 단계가 깊어질수록 경험자가 적고 불만족 응답이 높아졌다”며 “트랜스젠더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한 수술일수록 만족도가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성확정 수술은 흉부 수술, 성기 제거, 성기 재건 순서로 진행되는데, 흉부 수술까지만 받은 사람에게서 만족 응답이 더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다만 부모모임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는 참여자 수가 너무 적어서 수술 단계별 만족도 집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성기 재건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남성들이 3, 4년째 협착(수술부위가 막힘)ㆍ염증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건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항변할 방법이 없어 부작용을 홀로 감내하고 있다.(▶관련기사: 성확정 수술 부작용 고통, 홀로 감내... 병원 "치료해주는 게 어디냐")

그나마 최근 순천향대 서울병원, 강동성심병원, 고대안암병원 등을 중심으로 트랜스젠더 친화적인 의료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3월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트랜스젠더 남성 A씨가 성확정 수술 경험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3월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트랜스젠더 남성 A씨가 성확정 수술 경험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멋대로 수술비… 같은 수술인데 1,900만 원 차이

다양한 트랜스젠더들의 모습. 사회적 혐오 탓에 특정 이미지로만 부각되곤 하지만, 실제 이들의 모습은 '트랜스젠더'라는 하나의 단어로 단정 짓기 어려울 만큼 각양각색이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가수 하리수씨, 탕펑(唐鳳) 대만 디지털 정무위원, 고(故)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레이철 레빈 미 보건복지부 차관보.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양한 트랜스젠더들의 모습. 사회적 혐오 탓에 특정 이미지로만 부각되곤 하지만, 실제 이들의 모습은 '트랜스젠더'라는 하나의 단어로 단정 짓기 어려울 만큼 각양각색이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가수 하리수씨, 탕펑(唐鳳) 대만 디지털 정무위원, 고(故)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레이철 레빈 미 보건복지부 차관보.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밖에 성확정 수술을 제공하는 병원 접근성엔 57.2%(36명)가 '매우 불만족' 또는 '불만족'으로 답했다. 수술을 제공하는 병원이 너무 적고 수도권에 몰려 있어서 이용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다. 비용은 54.9%(34명)가 ‘매우 불만족’ 또는 ‘불만족’으로 답했다. 33.3%(21명)는 성확정 수술을 받기 위해 학업 또는 직장 생활을 중단했다고 답했다.

성기 재건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남성 3명은 수술 비용으로 각각 1,800만 원, 3,500만 원, 3,700만 원을 지불해 최대 1,900만 원의 비용 차이가 있었다. 트랜스젠더 여성도 유방 성형수술 100만~2,000만 원, 성기 제거수술 2,000만~3,000만 원, 성기 재건수술 1,500만~2,500만 원으로 수술 비용에 큰 차이를 보였다. 3가지 수술을 모두 받으면 최대 7,500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5개월 만에 수술 비용이 12.5%(300만 원)나 올랐다는 경우도 있었다. 1월에 수술을 받은 지인으로부터 수술비가 2,400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6월에 병원을 방문했더니 "일이 힘들다"며 수술비를 2,700만 원으로 올려 받았다는 것이다.

수술 정보를 얻기 위해 이용하는 방식(중복응답)으로는 75.4%(52명)가 ‘웹페이지ㆍ인터넷 카페’라고 답했다. 이밖에 ▲지인(68.1%) ▲인터넷 검색엔진(52.2%) ▲사회관계망서비스(SNS·34.8%) 등에서 찾아본다는 답변도 있었다. 의료 조치를 제공하는 병원에서 정보를 얻었다는 비율은 47.8%로 절반이 되지 않았다.

"성확정 수술은 기본권 문제… 정책 마련 뒤따라야"

주관적인 건강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60명 중 약 88.3%(53명)가 ‘매우 좋다’ 또는 ‘좋은 편이다’라고 답변했는데, 이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트랜스젠더 591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나쁨’으로 응답한 결과(30.0%ㆍ177명)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부모모임은 “이번 설문 조사는 성확정 수술 경험이 있는 트랜스젠더만 참여했기 때문에 더 나은 건강수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 미국 트랜스젠더평등센터가 트랜스젠더 2만7,71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술 경험이 있는 경우가 수술 욕구가 있으나 시행하지 못한 경우보다 심리적 고통을 적게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모임은 “성확정 수술은 법적 성별 정정부터 개인의 건강권까지 트랜스젠더의 기본권과 폭넓게 관련돼 있다"며 "건강보험 적용 등 정책 개발이 이뤄져 트랜스젠더가 마땅히 건강권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부모모임은 이번 설문조사 등을 담아 ‘트랜스젠더 성확정 수술을 위한 의료 정보 가이드북’을 출간했다. 가이드북에는 성확정 수술 관련 의료 정보도 담겼다. 성확정 수술의 종류와 수술 후 건강 관리 방법, 질의응답이 소개됐다. 정창현 살림의원 정신과 전문의, 김결희 강동성심병원 LGBTQ+ 센터 전문의, 이은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젠더클리닉 전문의 등이 작성했다.



김현종 기자
박고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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