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마침내 만났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10일)이 끝난 지 딱 2주 만이다. 두문불출하던 이 전 대표는 24일 이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한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직을 수락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경선 갈등에 접착제를 바른 것이다.
이 후보의 발걸음이 가벼워진 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후계자로 인정받기'라는 더 큰 숙제가 남아 있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들을 아우르는 '용광로 선대위'를 꾸리는 것도 난제다.
이 후보는 25일 경기지사직을 내려 놓고 온전한 '대선후보 이재명'으로서 뛰기 시작한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출되는 11월 5일까지, 이 후보가 대선 경기장을 독차지할 수 있는 시간은 약 2주다.
이재명, 이낙연 안방 찾아 깍듯이 예우했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의 국회의원 지역구였던 종로로 '찾아가는' 모습을 취함으로써 각별히 예우했다.
이 전 대표는 언론에 공개된 인사말에서 "문재인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했고, 이 후보는 "우리는 민주당이라고 하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같은 DNA를 가진 팀원"이라고 화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약 30분간 비공개로 대화했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을 맡고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던 '신복지 정책'을 이어받아 챙기는 데 합의했다. 이 후보는 선대위 인선에 이 전 대표의 의견을 반영하고,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다른 대선주자 캠프에 소속돼 있던 인사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요청할 방침이다.
이 전 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이 아닌 상임고문을 맡은 데 대해 이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대선을 지휘할 송영길 당대표와 역할이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협력 의사를 표한 것"이라고 했다.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패한 뒤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았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전례를 따른 셈이다.
이낙연 측과 '화학적 결합', 가능할까
이 후보는 경선 갈등 수습이라는 큰 고비를 일단 넘게 됐다. 송영길 대표는 "이 후보가 향후 문 대통령을 만나면 '하나의 민주당'이 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다음 달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전후로 선대위를 발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여전히 이 후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만큼, 화학적 결합까진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모두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그리고 마음의 상처가 아물도록 당 지도자가 앞서서 노력했으면 한다"고 했다. 화합을 이뤄내는 건 지지자들이 아닌 이 후보와 송 대표 등 당 지도부의 몫이라고 규정한 셈이다.
당내 결합의 쐐기를 박기 위해, 이 후보는 가능한 빨리 문 대통령과 만나길 바라고 있다. 이 후보 측에선 "이르면 오는 27일쯤 회동이 성사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청와대 반응이 미지근한 것이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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