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에 피해자까지 숨지면서 수사 난항
경찰, 범행 동기와 경위 파악에 수사력 집중
회사에서 생수를 마신 뒤 의식을 잃었던 직원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병원 치료 끝에 숨졌다. 경찰은 사망한 피의자 A씨에게 살인죄 적용을 검토 중이며, 범행 동기와 과정을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전날 숨진 생수병 사건 남성 피해자 시신을 25일 부검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 대한 범죄 혐의를 특수상해에서 살인죄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 서초구 소재 회사 사무실에서 18일 남녀 직원 두 명이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시고 의식을 잃었다. 경찰은 사건 다음 날 무단결근한 뒤 자택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숨진 동료 직원 A씨를 용의자로 보고 20일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했다.
물병 바꿔치기? 물 아닌 다른 음식에?
경찰은 독극물이 피해자 몸 속으로 들어간 경위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감정 결과, 숨진 남성 직원 혈액에선 독성 화학물질 아지드화나트륨이 검출됐다. 가루로 된 이 물질은 살충제와 제초제 원료로 주로 쓰이며, 피의자 A씨 집에서도 발견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피해자들이 마셨다는 생수병에선 독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생수병이 뒤바뀌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18일 오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경찰 신고는 사건 발생 7시간 뒤에 이뤄져 그사이 현장이 훼손됐을 수도 있다. 독극물이 다른 음식에 희석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성 직원의 경우 당일 생수뿐 아니라 커피 등도 마셨다.
'시간이 흘러 독성이 검출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이 물질은 분해되거나 증발될 가능성이 없다"면서 "아주 조금만 남아있어도 검출하기 쉬운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비슷한 피해를 겪었던 회사 직원 B씨의 탄산음료 병에서도 아지트화나트륨이 검출됐다.
그러나 피의자는 물론 피해자까지 숨지면서, 경찰이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건이 발생한 사무실 내부에 폐쇄회로(CC) TV도 없어 생수병 반입 경로도 알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 파악을 위해 피의자 주변인 조사와 독극물 구입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인사 조치에 불만을 품었을 수 있다는 동료 직원의 진술을 받았으나,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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