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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다 환청에 자해까지"... 식욕억제제 비밀 파헤친 '그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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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다 환청에 자해까지"... 식욕억제제 비밀 파헤친 '그알'

입력
2021.10.2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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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공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공


"다리가 얇아서 스타킹이 남는 사진인데 이런 식으로 되고 싶어요."

지난 23일 오후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나비약과 뼈말라족'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방송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의 부작용과 오남용에 대해 조명했다.

출발점은 영화 '바람'에 출연했던 배우 양기원이었다. 그는 지난 2019년 4월 12일 새벽 서울의 학동역 부근에서 기괴한 행동을 해 경찰에 체포됐다. 허공에 주먹을 날리는가 하면 달리는 차에 뛰어들기도 해 경찰이 마약 투약과 같은 불법 행위를 의심했던 것. 하지만 조사 끝에 양기원은 무혐의로 풀려났다.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양기원은 연기를 위해 체중 증량과 감량을 반복하던 중 살이 빠지지 않아 식욕억제제에 손을 대게 됐다고 털어놨다. "환청이 들렸어요. 악마가 있다면 이런 게 악마일까 모르겠는데 '싸워, 계속 싸워'라는 소리가 들리고 하얀색 빛 같은 게 막 몸에 들어와요."

식욕억제제로 고통 받은 제보자들

뉴스에서 양기원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봤다는 한 제보자는 자신의 딸 역시 그와 비슷한 행동을 했다고 털어놨다. 제작진과 인터뷰에 응한 딸은 살을 빼기 위해 식욕억제제를 먹은 뒤 이상행동들을 보였던 과거를 떠올렸다. 보증금까지 빼서 명품을 잔뜩 산 뒤 다음날 버리기도 하고, 죽은 아기 고양이가 부활할 거라 믿고 시체를 보관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했다고 회상했다.

또한 아파트에 불을 질렀던 한 여성의 사연도 등장해 충격을 줬다. 평범한 딸이었던 그 또한 식욕억제제를 먹고 이런 행동을 한 것이었다. 이날 방송에 등장한 복용자들 중 상당수는 우울과 환청, 환각 등의 부작용을 겪은 적이 고백했다.

제작진은 병원에서 처방받아야만 구할 수 있는 이 약이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유명 병원에서조차도 너무나 손쉽게 처방 받을 수 있음을 취재를 통해 밝혀냈다.

이 약은 잠을 자도 정신이 맑고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점점 이상 증상에 시달리게 되는 무서운 약이었다. 한 복용자는 "3일간 밥을 안 먹고 지낸 적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용을 중지하면 식욕 제어가 되지 않아 폭식증이 생기고, 무기력해지며 감정 기복도 심해지는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긴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는 문제가 되는 약들에 대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암페타민 유사체라고 표현한다. 펜터민의 엄마 격인 암페타민, 거기에 메틸기를 붙인 게 메스암페타민인 필로폰"이라며 "필로폰이 식욕억제 기능이 있지만 중추 흥분 작용과 환각작용이 있다는 점을 참고해 유사체로 만든 약품은 중추신경의 작용을 최소화해놓으면서 식욕 억제 작용을 극대화시킨 약물"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10대 '프로아나' 청소년들

불법 유통을 통해서라도 이 약을 손에 넣길 간절히 원하는 이들은 일명 '프로아나'로 불리는 10대들이다. 저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먹토' '초절식'을 감행하며, '뼈말라' 몸무게를 원하는 청소년들. 이들이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시도하다 더는 살이 빠지지 않을 때 찾게 되는 마지막 방법이 바로 '나비약' 다량 복용이라고 한다. 16세 미만에겐 처방되지 않는 이 약을 구하기 위해 부모 몰래 대리 구매를 이용하기도 한다.

자신의 키에서 125를 뺀 숫자가 바로 '뼈말라' 몸무게인데, 일부 10대들은 이러한 상태를 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진이 만난 제보자들 중 한 명은 현재 키가 155cm인데 27kg까지 감량을 희망한다며 한 장의 사진을 꺼냈다. 다리가 얇아서 스타킹이 남는 사진이라며, 자신도 그러한 상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극단적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10대들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복용 후 우울해지거나 환청이 들리고 이에 자해까지 하는 것은 물론 생리불순이나 위장 질환 등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이들은 마른 몸의 연예인들을 동경하며 다이어트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체형에 대한 다양성을 만들어 가기 위한 (미디어의)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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