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9시간 일하고 연봉 1억.... '원로교사'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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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9시간 일하고 연봉 1억.... '원로교사' 누구?

입력
2021.10.22 16:26
수정
2021.10.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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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서울 한 사립고등학교 설립자의 자녀 A씨는 이 학교 교사로 재직한 이후 담임을 한 번도 맡지 않은 채 행정실장, 정보부장 등을 거쳐 교감, 교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법률상 가능한 최대 연임 기간 8년을 채울 무렵, 이 학교는 정관을 바꿔 ‘교장에서 평교사로 전환 시 원로교사로 업무를 경감할 수 있다’는 부칙을 넣었다. A씨는 이후 원로교사로 주당 8시간 선택과목을 가르치며 연 8,200만 원을 받았고, 교장 때와 마찬가지로 개인 집무실도 썼다. 22일 이 학교 교사 B씨는 “정년이 4년 이상 남은 A씨보다 연로한 교사들도 수업 시수가 두 배는 더 많다”며 “학생들이 저 선생님은 왜 수업 시간이 적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어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초·중·고교 교장, 유치원 원장 출신의 원로교사들이 고수입을 누리면서도 수업은 평균 주당 9시간에 그치는 ‘황제 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장 임기 만료 후 다시 평교사로 근무하는 원로교사들이 각종 특혜를 받고 있어 해당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로교사 전국에 84명... 평균 연봉 9000만 원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원로교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재직 중인 원로교사는 84명이다. 초·중·고교에 77명, 유치원에 7명 있다.

문제는 이들이 평교사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각종 특혜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평균 수업 시수는 주당 9.3시간, 평균 소득은 연 9,268만 원이었다. 담임은 물론, 생활지도‧진로‧연구 등 각종 행정 업무에서 배제됐고, 55%(47명)가 교장처럼 별도 집무실을 제공받았다.

지방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C씨도 지난해 일을 떠올리면 박탈감을 떨칠 수 없다. 작년 이 학교에 원로교사가 부임했는데, 1, 2학년 안전한 생활과 3~6학년 도덕을 주당 6시간 가르쳤다. 초등학교의 경우 담임 업무를 맡지 않는 전담교사로 활동할 경우 다른 교사들의 조퇴‧휴가 때 보결 수업을 맡게 된다. 하지만 ‘교장의 동기’였던 원로교사는 1년간 '보결수업 0시간'의 기록을 세웠다. C씨는 “정부가 나서서 교사들에게 승진 빨리하라는 신호를 주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교장 이후 평교사로 일하는 사람을 우대한다는 제도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원로교사 4명 중 1명 징계 전력... 특권제 폐지해야

더 큰 문제는 원로교사 4명 중 1명꼴(20명)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교장, 원장 시절 저지른 비위로 징계를 받아 중임 발령을 받지 못했거나 임기 도중 자리에서 물러나 원로교사로 자리를 갈아탔다.

2019년 지방의 한 초등학교 교장 D씨는 재직 학교 교직원 수십 명의 민원으로 교육청으로부터 1개월 감봉 처분을 받았다. 교사들에게 폭언을 하고 심지어 교감에게 “손 들고 서 있으라”는 막말을 하며 일부 업무를 배제시켰던 D씨는 교육청 징계에 취소 소송을 냈다. 그는 이듬해 패소했고 교장 연임에 탈락했지만, 곧바로 다음 학기 다른 초등학교에 원로교사로 부임했다. D씨의 갑질을 신고했던 교사들은 허탈감을 느껴야 했다.

원로교사가 특혜를 받는 것은 교육공무원법에서 정년 전 임기가 끝나는 교장·원장이 교사로 임용되면 원로교사로 우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제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성명을 내고 “왜곡된 전관예우라 할 만한 원로교사 제도는 개선이 아니라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교사 B씨는 “원로교사를 제도화해놓고 우대까지 하라고 하니 사립학교도 정관을 바꿀 수 있었다"며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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