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우리 기술로 완성한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의 발사 절차 성공 이면엔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토종 엔진'이 자리했다. 비록 목표했던 궤도 진입엔 아쉽게 실패했지만,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의 기술력에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21일 우주를 향해 날아간 누리호엔 국내 방산기업 300여 곳과 전문인력 500여 명의 땀과 노력이 담겼다. 특히 누리호 개발 초기부터 관련 산업체의 보유 기술, 인력 및 인프라 등을 지속적으로 활용한 데다, 총 사업비의 약 80%인 약 1조5,000억원 규모를 해당 기업에서 부담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잉태된 누리호가 성공적인 발사 절차를 보이면서, 국내 우주산업 패러다임을 기존 정부 주도 영역에서 민간 영역으로 확대되는 중대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에 기여한 기업으로는 엔진을 제작한 한화와 각종 제품 조립을 책임진 한국항공우주(KAI), 발사대를 구축한 현대중공업 등이 꼽힌다. 40년 넘게 항공엔진을 제작해 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엔진과 터보펌프, 시험설비 구축 등에 참여했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누리호 1단에 75톤급 액체엔진 4기, 2단에 75톤급 1기, 3단에 7톤급 1기가 탑재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75톤 액체로켓 엔진’은 누리호 핵심 부품으로,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 궤도에 도달하는 동안 극한 조건을 모두 견뎌낼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우주산업 컨트롤타워 격인 ‘스페이스 허브’를 올해 3월 출범시키고 관련 사업 확장에 주력해왔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스페이스 허브엔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그리고 한화에서 인수한 인공위성기업 쎄트렉아이 등이 동참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6월 영국의 위성통신 안테나 전문 기업인 ‘페이저 솔루션’의 사업을 인수해 한화페이저를 설립했고, 지난해 12월엔 미국 ‘카이메타’에 약 330억 원을 투자해 카이메타 위성 안테나의 국내 독점 판권 확보 등 관련 해외 선진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누리호에선 KAI의 공로도 빼놓을 순 없다. 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참여한 KAI는 누리호 체계 총조립을 맡아 300여 개 기업이 납품한 제품 조립을 총괄하고, 누리호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도 제작했다. 경남 사천시에 ‘민간 우주센터’를 건설 중인 KAI는 누리호 기술 기반의 발사체 체계종합기술을 강화하고, 향후 사업 영역 확대와 함께 우주 전문 기업으로서의 입지도 다져나갈 방침이다. 향후 민간 우주센터에선 설계-제작-조립-시험을 진행해 우주 기술 개발 인프라도 최적화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에서도 누리호에 힘을 보탰다. 지상 발사대와 초록색 구조물 엄빌리컬 타워를 제작한 게 현대중공업이다. 약 48m 높이의 엄빌리컬 타워는 발사체에 산화제와 추진제를 주입하는 역할을 한다. 누리호 연소 시험은 현대로템이 진행했다. 이 밖에도 두원중공업, 에스앤케이항공, 이노컴, 한국화이바 등을 포함한 다수의 우주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도 누리호 발사 성공에 일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독자기술로 탄생한 누리호를 통해 한국에도 우주 개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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