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혁명의 교향곡에 쓰인 거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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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혁명의 교향곡에 쓰인 거친 음악

입력
2021.10.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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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 '야성을 품은 열정' B 장조

편집자주

C major(장조), D minor(단조)… 클래식 곡을 듣거나 공연장에 갔을 때 작품 제목에 붙어 있는 의문의 영단어, 그 정체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음악에서 '조(Key)'라고 불리는 이 단어들은 노래 분위기를 함축하는 키워드입니다. 클래식 담당 장재진 기자와 지중배 지휘자가 귀에 쏙 들어오는 장ㆍ단조 이야기를 격주로 들려 드립니다.


'야성을 품은 열정' B 장조.

B 장조는 통상적인 장조의 느낌과 거리가 있다. 일단 B 장조로 쓰인 곡 자체가 많지는 않은데, 거칠고 야생적이다. 이 조성은 또 열정적이면서 분노하고, 때로 절망한다.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기 직전 누군가가 품고 있는 아드레날린이 가득 차 있는 듯한 음악이다.


장재진 기자(이하 장): 10월을 주제로 쓰인 곡 가운데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2번이 있다. 이 교향곡의 부제는 '10월에게(To October)'로 직역되는데, 여기서 10월이란 첫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 1917년의 10월을 말한다. 즉, 교향곡 2번은 '10월 혁명'의 10주년을 기념해 작곡된 곡이다.

지중배 지휘자(지): 작곡가는 소련 정부의 위촉으로 곡을 쓰게 됐는데,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반항심과 냉소가 드러난다. B 장조의 특색을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다. 통제하려는 당국과 거부하는 예술가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조마조마하게 연주된다.

: 쇼스타코비치 곡 중에서는 드물게 연주되는 곡이다. 다만 곡 중간에 사이렌이 등장하는 등 그 파격성 때문에 초연 당시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초연 때 작곡가가 무려 10번이나 커튼콜 인사를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2014년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마린스키발레단의 무용수들이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연주되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은 결말로 가면 B 장조로 끝맺는다. 작곡가 스크랴빈이 '푸르스름하다'고 했던 조성이다. 마린스키발레단 제공

: 작곡가 스크랴빈은 B 장조를 두고 "푸르스름하다"고 했는데, 딱 들어맞는 작품이 있다.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곡이자 발레 작품인 '백조의 호수'다. 이 작품은 대체로 푸른 호수를 배경으로 연출되곤 한다. '백조의 호수'에서 가장 유명한 주제곡(발레 모음곡 중 '정경')은 발레의 처음과 끝에 등장한다. 이때 최종 결말에서 주제곡은 B 단조로 시작해 B 장조로 끝을 맺는다.

: 발레 줄거리는 지그프리트 왕자가 백조로 변한 공주 오데트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마법사의 계략으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 그런데 B 장조로 조 바뀜이 일어나는 대목에서 발레단마다 다양한 결말로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왕자가 마법사를 물리쳐 공주와 재회하기도 하고, 공주가 저주를 풀지 못하고 영원히 백조로 살게 되는 설정도 있다. 듣는 이마다 B 장조 음악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 B 장조의 또 다른 대표곡은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 1번이 있다. 피아노 트리오의 걸작으로 꼽히는 곡인데, 아름답고 열정적이다. 하지만 이 곡을 썼을 당시 브람스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가장 가깝게 지냈던 슈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평생 사랑했던 슈만의 아내 클라라에게는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갈등하고 있었다. 그 번뇌가 은연중에 느껴진다.

지중배 지휘자.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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