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적 반응 그친 기존 입장보다 진전
일본인 납치 문제도 거론, 北 반발 예상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으로 일관했던 미국의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북핵협상 수석대표인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8일(현지시간) 종전선언 문제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착상태인 북핵 협상 재개를 위해 종전선언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북미 대화의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김 대표는 이날 워싱턴에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난 뒤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논의했다”며 “이번 주 후반 서울을 방문해 이것(종전선언)과 또 다른 상호 관심사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 본부장도 “종전선언과 관련한 협의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면서 “그간 일련의 만남을 통해 미국의 이해가 깊어졌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당시에는 “한국 측으로부터 종전선언 설명을 들었고 상호 소통하기로 했다”며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다. 반면 이날 협의에선 일방적 설명이 아닌, 미국이 종전선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개진한 만큼 향후 북미협상 카드의 하나로 선택할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종전선언을 명시적으로 거부한 적은 없지만, 양국 사이에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김 대표는 제재 완화 등 북한의 협상 복귀 전 대북 추가 유인책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품고 있지 않고, 조건 없는 만남에 열려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을 이행할 책임이 있다”고 말해 제재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아울러 “납치 문제의 즉각적 해결도 북한에 요구할 것”이라며 일본인 납치 피해자 이슈도 거론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한미 양자 협의에서 관련 의제를 다룬 건 처음으로, 취임과 동시에 납북자 문제 해결을 핵심 외교 과제로 제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의 입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납북자 문제는 완전히 끝났다(8일 외무성)”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북미협상의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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