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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유기농 같은 문제, 몸에 좋지만 비싼 전기 쓸지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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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유기농 같은 문제, 몸에 좋지만 비싼 전기 쓸지 논의해야"

입력
2021.10.20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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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교수 "탄소중립, 외환위기 수준의 비용 든다"

19일 서울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에서 만난 유승훈 교수는 "탄소중립에 드는 비용을 정부가 공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2030년 탄소배출 40% 감축, 2050년 탄소배출 0(넷제로 달성). 지난 18일 2050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내놓은 결론에 대해 세간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SF 영화 같은 황당한 이야기라는 주장도 있는 반면, 명백한 기후재앙을 산업논리로 덮어버렸다는 주장이 맞선다.

19일 서울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학에서 만난 유승훈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탄중위 목표를 두고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고는 했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고 이 부분을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탄소중립에서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고, 이를 부담하려면 외환위기 시절 구조조정 이상의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도 예측했다.

-이번 탄중위 결정을 평가한다면.

“2050시나리오는 사실 법적 구속력은 없다. 국가의 미래 비전 정도다. 문제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다. 선형감축률, 그러니까 국내 탄소배출이 최대치에 이른 2018년에서 2050년 넷제로까지 감축률을 직선으로 그으면 2030년은 37.5% 감축 수준인데, 탄중위는 40%를 제시했다. 초반엔 감축률을 높게, 후반엔 감축률을 낮게 한다는 얘기다. 미국‧유럽연합(EU) 등 2050 넷제로를 선언한 그 어떤 나라도 이런 방식으로 설계하지 않았다. 아직 확실한 기술이 없어서다. 수소환원제철, 무탄소터빈 같은 기술은 2050년에야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감축기술이 없으니 에너지를 신재생이나 원자력으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

-2030 NDC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분야는 뭔가.

“산업 분야다. 다른 부분의 탄소 저감 방안은 기존 석탄, 석유, 가스 사용을 전기 사용 위주로 바꾸는 거다. 가스보일러를 전기보일러로, 내연차를 전기차로, 사료 끓이는 원료를 등유에서 전기로 바꾼다는 말이다. 여기에 드는 전기를 석탄 말고 신재생 에너지로 만들자는 구상이다. 철강, 석유화학처럼 원래 전기가 주요 동력이 아닌 산업은 제조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수밖에 없다. 기간산업이 빠져나가는, 고용과 맞물린 문제다.”

-전기차 등 전기가 각광받는다지만 결국 그 전기는 어디서 나오느냐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환경론자들은 전기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자는 거다. 전기차를 쓰지만 그 전기는 석탄, 원자력에서 나오니까 결국 석탄차, 원자력차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무조건 전기가 좋은 거냐는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가령 축산의 경우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보면 등유가 전기보다 낫다.”

유승훈 교수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6.2%에서 30.2% 늘리고, 새로 암모니아 발전을 쓰겠다 한다. 가능한가.

“암모니아 발전은 2025년에 개발돼 2030년 상용화될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문제는 기술적으론 가능한데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발전단가로 따지면 킬로와트시(kWh)당 석탄은 80~90원, 원자력은 45원, 최근 가격이 뛴 LNG는 120원 선이다. 해상풍력은 280원, 태양광은 140원이다. 암모니아는 석탄보다는 높고, 신재생에너지보다는 낮을 걸로 예상한다. 일반 제품보다 유기농 제품이 비싸듯 신재생에너지, 무탄소 에너지는 발전 단가가 비싸다.”

-발전단가 기준으로 2030년 전기료를 산출해볼 수 있나.

“쉽지 않다. 신재생에너지 전기료는 세 가지를 감안해야 한다. 발전 정산비용, 발전시설부터 이용지까지 송전선로 비용, 장마 등으로 신재생 발전이 안 될 경우를 감안한 백업 비용이다. 장마나 이상기후로 태양열, 풍력 발전이 멈출 때를 대비해 전기를 생산하거나 비축하는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이 돈이 천문학적이다. 영국, 미국 대규모 정전사태는 이런 백업 시설이 갖춰지지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탄중위 2030 NDC, 2050 시나리오엔 비용이 없다.

“그래서 일부 산업은 협회 차원에서 회계법인에 의뢰해서 따로 계산하고 있다. 포스코만 해도 600조 원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 모두 산출하면 어마어마할 거다. 그러면 국내총생산(GDP)도 일정 정도 떨어지는데, 탄중위는 2050년 0.07%가 감소한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학자들도 믿지 않는다. 탄소중립에 드는 비용을 계산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정부나 탄중위가 비용 얘기 자체를 싫어한다는 점이다. 이런 불신이 쌓이다 전기료 등이 인상되면서 저항이 커지면, 탄소중립 논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해외는 어떤가.

“해외도 마찬가지로 쉽지 않다. 지난 6월 스위스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세금을 올리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법을 국민투표에 부쳤는데 부결됐다. 부결됐지만, 우리도 그런 논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비용을 계산해 제시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탄중위는 그러질 않는다. 역대 어느 정부건 의사 결정을 이런 식으로 한 적이 없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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