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탈레반 정식 국가 인정은 아냐" 선 그어
탈레반, IS 극단주의 대응 강조... "미국 인정 발판" 희망
美·英 "카불 호텔서 즉각 떠나라" 자국민에 대피령
지난 8월 말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처음으로 마주앉은 미국과 탈레반이 작은 돌파구를 마련했다. 아프간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아프간 내 미국인 철수 협조 등에서 합의점을 찾아가기 시작하면서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탈레반을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추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은 1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끝난 탈레반과의 고위급 회담 후 국무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냈다.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 대표단은 미국 시민, 다른 외국인, 아프간 협력자의 안전 통행, 아프간 사회 모든 면에서 여성과 소녀들의 의미 있는 참여를 포함한 인권에 (회담) 초점을 맞췄다”라고 밝혔다.
이어 “양측은 또한 미국이 아프간 국민에게 직접 강력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했다”라고 덧붙였다. 탈레반 역시 “회담은 잘 진행됐다”며 “미국은 탈레반을 공식적인 하나의 국가 정부로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아프간에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8월 중순 이후 미국과 국제사회의 지원이 중단되면서 아프간 국민들은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은 인도적 지원 합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탈레반과의 정치·외교 공방과는 별개로 아프간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프라이스 대변인 역시 회담에 대해 “솔직하고 전문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이번 첫 대면 회담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탈레반 관계정상화가 곧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양측이 내놓은 대외 메시지는 뉘앙스가 다르다. 탈레반은 “이번 회담이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기 위한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그러나 프라이스 대변인은 “탈레반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 따라 평가받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탈레반은 미국이 동결한 아프간 정부 자산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돌려받는 문제도 제기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인 IS호라산 관련 대응도 관건이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AP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프간 영토가 다른 나라에 테러를 행하는 극단주의자들에게 이용당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을 확신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미국과 협력해 IS를 봉쇄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는 “우리 독자적으로 (IS를) 공격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회담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8일 아프간 북부 쿤두즈 이슬람 시아파 모스크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46명이 숨지는 등 IS의 공세는 탈레반에도 큰 골칫거리다.
아프간 내 정정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카불에 있는 자국인들에게 호텔에서 즉각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안전상의 위험이 있다면서 "카불의 세레나 호텔이나 그 주변에 있는 미국인들은 즉각 해당 장소를 벗어나라"는 경보를 내렸다. 영국 외무부도 아프간에 대한 여행금지령을 업데이트하면서 "위험이 가중됨에 따라 (아프간에서) 호텔에 머물지 말 것을 권고한다. 특히 카불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도 카불의 세레나 호텔을 특히 위험한 장소로 특정했다.
세레나 호텔은 카불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로, 탈레반에 의해 아프간이 장악되기 전까지는 카불을 찾은 외국인들이 주로 투숙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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