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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수사 부실했지만 ②증거 없어 ③처벌 못한다... 공군 중사 사건의 허망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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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수사 부실했지만 ②증거 없어 ③처벌 못한다... 공군 중사 사건의 허망한 결말

입력
2021.10.07 19:20
수정
2021.10.07 19:4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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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부사관 사건 7개월 만 수사 종결?
가해자만 처벌... 수사 관계자 기소 '0'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가 7일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추모소에서 딸의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가 7일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추모소에서 딸의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초동수사는 부실했지만 증거를 못 찾아 처벌할 수 없다.”

7개월 동안 한국사회를 뒤흔든 ‘공군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의 결말이다. 피해자 이예람 중사가 사망(5월 21일)한 지 140일 만인 7일 군 당국의 수사가 종료됐는데,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부실 초동수사’ 관련자는 단 한 명도 법적 심판대에 세우지 못했다. 창군 이래 처음 민간전문가들까지 불러 철저한 수사를 약속하고도 ‘반쪽짜리’ 수사로 끝난 것이다. 군이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사 책임자들 "증거 부족" 불기소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이 중사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련자 25명을 입건해 성폭력 직접 가해자 3명을 포함한 15명을 기소했다. 부실 변론 의혹을 받던 국선변호인과 신고를 접수하고도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장도 직무유기 혐의로 사법처리 대상에 올랐다.

나머지 10명은 불기소 처리했고, 입건되지 않았지만 비위 사실이 확인된 14명 등 수사한 39명 중 38명을 자체 징계하겠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문책을 받지 않은 한 명은 구속됐다가 국방부 수감시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모 상사다.

문제는 법적 처벌을 피하게 된 10명의 면면이다. 성추행 사건 발생 당시 가해자 조사를 미루며 불구속 수사를 결정했던 20비행단 군사경찰 대대장과 수사계장, 공군 법무실 수장이자 초동수사 지휘 책임을 진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은 불기소 명단에 들어 있다. 군은 직무유기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 실장에게 지휘ㆍ감독 책임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사건을 보고 받은 시점에 그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했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성추행 가해자들만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수사 관련자들은 전부 책임을 면하게 된 셈이다.

'철저 수사' 소리만 요란... 결론은 반쪽짜리

성추행 피해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군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가 7일 딸의 시신이 안치된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추모소에서 국방부 수사 결과가 담긴 보도자료를 구기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성추행 피해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군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가 7일 딸의 시신이 안치된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추모소에서 국방부 수사 결과가 담긴 보도자료를 구기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국방부의 늑장 대응은 핵심 수사 관계자들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게 하는 데 한 몫했다. 검찰단은 7월 전 실장에게 피내사자 신분으로 세 차례나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자신의 사건을 이첩해달라며 소환을 거부했다. 8월에서야 조사가 이뤄졌고, 중요 증거가 될 휴대폰 포렌식도 그만큼 늦어져 당시에도 검찰단이 전 실장에게 시간만 벌어줬다는 비난이 무성했다. 20비행단 군사경찰 담당자들 역시 비슷한 사유를 앞세워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부실 수사는 맞지만 책임질 사람은 없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국방부는 기소ㆍ불기소를 막론하고 38명 모두 내부 징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법적 면죄부를 받은 터라 아무리 센 징계가 내려져도 동조하는 여론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방부 수사는 ‘빈 수레만 요란’한 격이 됐다. 군 당국은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자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며 완벽한 수사를 자신했다. 최초로 특임 군검사를 투입하고, 수사 투명성을 의식해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까지 설치했지만 구조적 책임 소재 규명은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 중사는 20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올해 3월 2일 선임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관련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물론 같은 부대 다른 상관들로부터 회유ㆍ협박 및 면담 강요 등 2차 가해에 시달리다 사건 발생 80일 만인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은 이 중사 사망 후 5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인의 시신을 국군수도병원에 안치한 채 장례를 미루고 있다. 아버지는 “국방부 수사 결과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회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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