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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우진 직원에 허위진술 강요… 검찰, 수상한 정황 알면서도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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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우진 직원에 허위진술 강요… 검찰, 수상한 정황 알면서도 외면했다

입력
2021.10.06 04: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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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수사기록·檢 불기소 결정서 입수>
2013년?수사 때 공여자 육류업자 김씨와
갈비세트 값·골프 접대비 '말 맞추기' 정황
재혼 대상자 계좌 6000만원 문제 안 삼아
휴대폰 요금 대납도 "친분상 그럴 수 있다"
육류업자 세무조사 담당·尹 통화 기록에도
검찰 "직무 관련 대가성 인정 곤란" 불기소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연합뉴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2013년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을 때, 세무서 직원 등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한 정황을 경찰이 포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뇌물 공여자로 지목됐던 육류업자 김모씨가 골프 접대 시기와 관련한 진술을 윤 전 서장에게 유리하게 바꾸고, 김씨 회사를 세무조사하던 국세청 관계자가 윤 전 서장과 통화한 내역을 삭제한 정황도 발견됐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수상한 정황들을 더 파고들지 않고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며 윤 전 서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5일 한국일보가 11페이지 분량의 검찰 불기소 결정서와 67쪽 분량의 경찰 수사기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검찰은 2015년 2월 윤 전 서장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금품 전달 관련 직접 증거인 제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 △골프 접대가 세무조사 무마 용도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윤 전 서장이 김씨 관련 세무조사에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한 점을 주된 근거로 삼았다.

윤 전 서장은 성동세무서장과 영등포세무서장을 지낸 2010~2011년 각종 사건 무마를 대가로 김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13년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윤 전 서장이 △현금 2,000만 원 △10만 원 상당 선물용 갈비세트 100개 △4,000만 원(검찰 처분 때는 1,096만 원으로 축소) 상당 골프 접대비 △재혼 상대자 계좌로 받은 6,000만 원 △차명 휴대폰 요금을 뇌물 명목으로 받았다고 판단했지만, 검찰은 모든 범죄사실을 무혐의 처분했다. 그간 윤 전 서장 불기소 결정서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검찰의 구체적인 불기소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갈비세트 값 지불" 말 맞춘 정황

검찰은 윤 전 서장을 무혐의 처분했지만, 경찰 수사기록을 살펴보면 선뜻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윤 전 서장의 증거인멸 시도가 대표적이다. 그는 경찰의 뇌물 수사가 시작되자 육류업자 김씨와 함께 세무서 직원 A씨를 만나 "직원 B씨가 협조해주지 않아 사건이 꼬이고 있다. 당신이 김씨에게 갈비세트 값을 건넨 것으로 하라"고 허위 진술을 지시했다고 한다. A씨가 "갈비세트를 건넨 시기가 전입 시기보다 빠르다"며 거부의사를 밝히자, 김씨가 "형님(윤 전 서장)이 값을 지불한 것으로 하자"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서에서 이 같은 증거인멸 시도에 대해 평가하지 않았다.

윤 전 서장의 골프 접대 수사와 관련해선 김씨의 진술 번복이 있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0년 11월 결제된 300만 원은 윤 전 서장의 골프 선납금"이라고 진술했다가, 윤 전 서장과의 대질신문 등에선 "소속 계모임 라운딩을 위한 선납금"이라고 말을 바꿨다. 2010년 11월은 윤 전 서장이 김씨 업체를 관할하는 성동세무서장 시절로, 뇌물죄의 직무 관련성 및 대가성을 고려해 두 사람이 말을 맞춘 것으로 의심됐다. 실제로 경찰 수사 결과 '계모임 라운딩'이라는 김씨 진술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검찰은 윤 전 서장이 당일 김씨와 골프장에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윤 전 서장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렸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이유. 그래픽=김문중 기자

경찰은 윤 전 서장의 재혼 대상자 C씨의 계좌로 입금된 6,000만 원이 수사 직후 반환되자, 차명 계좌를 통한 뇌물로 판단했다. 1,000만 원은 육류업자 김씨가 보냈으며, 5,000만 원은 김씨의 세무 자문을 맡았던 안모씨가 보낸 것으로, 두 사람은 C씨와 금전 거래를 할 특별한 동기가 없었다. 검찰은 그러나 빌린 돈을 갚은 것이라는 당사자들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특히 C씨가 이 돈으로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윤 전 서장이 주문자로 확인됐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경찰은 윤 전 서장이 세무사 안씨로부터 2004~2012년 차명 휴대폰 요금 809만 원을 대납 받은 것을 문제 삼았지만, 검찰은 "두 사람의 친분 관계 등에 비춰보면 월 10만 원대 통화료 대납에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긴 곤란하다"고 결론 내렸다.

부실 세무조사, 尹 관여 정말 없었나

경찰은 중부지방국세청에서 2011년 9~12월 김씨를 상대로 106억 원의 자금출처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을 때 윤 전 서장이 관여한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이 부분은 뇌물죄 구성 요건인 직무 관련 대가성 판단의 가늠자가 될 수 있었다. 특히 골프 접대비와 6,000만 원 차명 수수 의혹은 세무조사와 관련성이 짙었다.

검찰은 결정적 증거가 부족하고 세무당국 관계자들이 윤 전 서장 관여 의혹을 부인하는 점을 이유로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윤 전 서장이 국세청 직원과 통화를 했다거나 세무사 안씨가 육류업자 김씨의 세무자문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세무조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최근 자신의 주변 사업가 A씨가 검찰에 '윤 전 서장이 로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갔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내자 A씨를 만나 회유를 시도했다는 뉴스타파 보도. 유튜브 캡처

그러나 경찰 수사기록을 보면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당시 세무조사 주무팀장 정모씨가 중부지방국세청 신모 국장으로부터 "김씨의 자금 출처를 조사하나. 잘 검토해봐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한 게 대표적이다. 2011년 말 작성된 김씨 사무실 달력에 '윤우진 10시'와 함께 신 국장 이름이 적혀 있었고, '정OO(김씨 사건 주무국장으로 추정) 윤우진 만남'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윤 전 서장은 그즈음 중부지방국세청에서 근무했던 간부와 골프를 쳤고, 김씨가 신청한 세무조사 기간이 연장 승인된 날에 윤 전 서장이 결재권자였던 김모 과장과 휴대폰으로 11초간 통화한 내역도 확인됐다. 김 과장이 윤 전 서장과 통화한 것은 그때가 유일했으며, 윤 전 서장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자 연락처를 삭제했다고 한다.

육류업자 김씨에 대한 세무조사도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중부지방국세청은 김씨가 제출한 소명자료에 대한 수표번호 및 상대계좌에 대한 금융조회 등 추가 조사를 전혀 하지 않은 채 106억 원의 자금출처가 모두 소명됐다고 결론 내렸다. 김씨 회사 직원이 "김씨가 윤 전 서장 등에게 돈을 주고 세무조사를 축소시켰다는 취지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윤 전 서장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재수사 나선 검찰, 이번엔?

윤우진 전 서장이 증거 은폐를 시도하고 해외로 도피했던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검찰이 소극적인 수사로 일관하다가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전 서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사 상당수와 친분이 깊었는데, 이 때문에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여러 차례 반려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윤 전 서장과 수차례 만난 적이 있다는 전직 검사는 "당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윤 전 서장이 부적절한 처신을 계속하도록 부추긴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와 형사13부는 현재 윤 전 서장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와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특히 형사13부에선 과거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검찰이 과거에 내린 결정을 스스로 뒤집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뒷말이 많았던 사건인 만큼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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