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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한 이메일 '뉴스레터', 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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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한 이메일 '뉴스레터', 책이 되다

입력
2021.10.04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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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등 뉴스레터가 책으로
사적 대화 느낌…? 독자와 작가 관계 재정립
작가 응원 위해 책 구입… '창작자 중심 모델' 부상

최근 출간된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는 출판사 창비의 뉴스레터 '언니단' 콘텐츠를 모아 만들었다.

최근 출간된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는 출판사 창비의 뉴스레터 '언니단' 콘텐츠를 모아 만들었다.


언니에게 이름이 있어 저는 기뻐요. 언니에게 이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생각하곤 해요. 언니가 받은 이름은 '아름다운 여성', 언니가 지은 이름은 '고결하고 글재주가 좋은 여성'이라지요. 언니가 '허씨 부인'이 아니어서, 이름도 없이 전해지는 '작자 미상'도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김겨울

지난 8월 초 출판사 창비의 뉴스레터 '언니단'을 통해 발송된 김겨울 작가의 글이다. 이달 중순 출간된 창비의 단행본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의 일부이기도 하다. 뉴스레터가 원저작물인 만큼 서간체로 쓰인 책은 출간 직후부터 알라딘 주간 베스트셀러(에세이)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만 읽을 수 있던 콘텐츠가 책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것이다. 일상의 대화처럼 전해 주는 '개인화' 특성과 독자에게 소속감을 부여하는 특징을 앞세운 뉴스레터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콘텐츠가 출판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레터 인기에 콘텐츠 확신, 단행본 출간으로 이어져

창비는 지난 6월 29일부터 9월 7일까지 이메일 뉴스레터 형식으로 소설가 정세랑, 음악감독 김인영, 배우 손수현 등 최근 예술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여성 창작자 20명의 글을 연재했다. 작가들이 나이·국적·시대를 넘어 각자 떠올린 '언니'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각 세대 간 여성을 잇는 연대의 글이다. 누적 조회수 20만 회를 기록하며 큰 반응을 얻었다.

창비의 최지수 편집자는 "단행본 계획 없이 온라인 연재물로 출발했지만 독자 반응이 좋아 자연스럽게 책으로도 기획하게 됐다"며 "최근 콘텐츠 유통 채널이 다변화하면서 출판 기획자 입장에서도 온라인 선공개 등 독자에게 다가가는 다양한 도구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살던 평범한 가족이 특별한 계획 없이 미국 시골로 떠나 새로운 일상을 찾는 내용을 담은 에세이 '숲속의 자본주의자'(다산초당 발행)도 뉴스레터 글을 모은 책이다.

미국 허름한 시골집에서 7년 동안 살고 있는 저자는 일상과 책, 영화 이야기 등을 담은 유료 뉴스레터 '노멀피플'을 운영 중이다.

다산초당의 김한솔 편집자는 "특정 구독자에게만 열려 있는 뉴스레터는 출판 편집자로서는 좋은 글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라며 "노멀피플 뉴스레터의 사적 대화 같은 성격에 매료됐는데, 다른 구독자들도 그런 지점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고 출간 이유를 설명했다.

뉴스레터 구독·단행본 구입 독자 "작가 응원하려고"

8월 출간된 '수영의 이유'는 출간 전 뉴스레터를 통해 일부 내용이 선공개됐다.

8월 출간된 '수영의 이유'는 출간 전 뉴스레터를 통해 일부 내용이 선공개됐다.

이 같은 뉴스레터의 단행본 출간 트렌드는 출판계의 뉴스레터 서비스 확대가 바탕이 됐다. 각 출판사는 뉴스레터가 영향력 있는 플랫폼이 되면서 콘텐츠 공급 목적 외에 홍보·마케팅 수단으로도 뉴스레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영사는 지난 8월 '수영의 이유' 출간 전 뉴스레터를 통해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출판계에서도 독자와의 직접 소통이 중요해지면서 시범적으로 출간 전 연재 서비스를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일부 출판 관계자들은 콘텐츠의 온·오프라인 경계가 희미해진 상황에서 "책이 굿즈(기념품)가 된 셈"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강연 연계 플랫폼 '북크루'와 에세이 구독 서비스 '책장 위 고양이'를 운영하는 김민섭 대표는 "창작자를 응원하기 위해 이메일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독자가 많다"며 "여기에 더해 구독 콘텐츠를 단행본으로 출간하게 되면 작가의 지속 가능한 글쓰기를 돕기 위해 책 구매에도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의 저자이기도 한 김 대표는 지난해 자신을 비롯한 7명의 작가가 참여해 이메일로 발송한 에세이를 모은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 또 다른 작가 5명의 구독 에세이를 모은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해야지'를 출간했다.

결국 출판계의 뉴스레터가 작가와 독자의 관계를 새롭게 하고, 창작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해외에서도 제도권 출판 관행에서 벗어난 뉴스레터는 출판계의 중요한 화두다. 페이스북이 지난 6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 플랫폼 불러틴(Bulletin)을 출시하는 등 빅테크 기업들이 뉴스레터 시장에 뛰어들 정도다.

미국 뉴욕의 격주 잡지 '더컷'은 "뉴스레터는 독자와 작가의 관계를 재정립한다"며 "뉴스레터의 독자는 후원자, 동맹 또는 친구로서 환영받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뉴스레터 독자들은 작가와 친구 관계가 됐다고 판단하면 영원히 그들을 지지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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