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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세상, 화천대유와 이재명

입력
2021.09.2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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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부동산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상반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분을 샀다. 신도시 계발계획을 빼낸 ‘강 사장’ 등 직원들이 떼로 투기에 나섰다가 된통 당했다. 모두가 꿈꾼다는 건물주 되기 찬스 앞에 LH의 직업윤리 따위가 무슨 대수였으랴. ‘직보다 집’이라고 청와대 고위공직자조차 다주택 소유를 포기 못 해 사표를 쓰는 요즘 아닌가.

이번엔 성남 판교ㆍ대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이름이 거론되면서 정국의 블랙홀이 됐다. 야권 정치인은 물론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법조계 인사 이름까지 오르내리면서 의혹이 번지고 있다.

대장동 개발은 공영개발 사업임에도, 민간기업 화천대유자산운용과 자회사인 천화동인 등의 주주 7명이 배당수익 4,040억 원을 챙겨 논란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이라는데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장동 개발은 도시개발법ㆍ토지보상법이 적용돼 주민 동의 없이도 토지 수용이 가능했다. 3.3㎡당 500만 원이던 땅이 실거래가 절반 수준인 200여만 원에 매입됐고, 2,000만 원 안팎에 건설사에 팔렸다. 분양가 상한제도 적용되지 않았다.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법이 민간사업자 배를 불리는 데 활용됐다.

주역 64괘 중 하나인 화천대유는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뜻이다. 천화동인은 ‘잘못된 세상을 타파하고자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대동세상을 이룬다’는 의미다.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씨는 법조기자로서 BBK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주목을 받았다. 화천대유 주주로는 노동ㆍ환경 등 소위 ‘돈 안 되는’ 공익 소송 사건을 많이 맡았던 변호사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성균관대 학맥으로 얽혔다는 이들이 꿈꾼 대동세상이 뭔진 모르겠지만, 벌써 돈 잔치다. 천화동인7호는 1,046만 원을 투자해 120억여 원을 배당받았다. 최근 부산의 스타벅스 건물을 매입해 건물주 반열에 올랐다. 1호 사원이라는 곽상도 의원 아들은 퇴사하면서 50억 원을 받았다. 31세인 아들 곽씨는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 “김 회장님께서는 ‘회사의 이익은 제 것이 아닌 직원 모두의 것’이라고 항상 강조했다”며 정당한 대가라고 한다. 이들은 내년에 지금까지 받은 만큼의 배당금을 또 받을 거라고 한다.

혹자는 이재명 지사가 대동세상을 강조해온 것을 들어 화천대유와의 관계를 의심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면 “단 1원이라도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면 사퇴하겠다”는 이 지사 주장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역공세를 펴는 건 볼썽사납다.

대장동 오징어 게임은 이 지사의 인허가가 없었다면 시작될 수 없었다. 이 지사는 토건세력의 불로소득을 환수한 “최대 치적”이라고 강조하지만, 정치는 선의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수년 전 혹시라도 정치적 치적을 만들려는 생각이 앞섰던 건 아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기되는 의혹에 화천대유에 물으라 답하기보다, 당시 사정을 소상히 밝혀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는 게 좀 더 이 지사답다. 2002년 성남 분당의 파크뷰 개발 특혜 비리를 폭로했다 구속되는 등 탄압을 받은 이력도 있지 않나. 이 지사는 포퓰리스트라는 거센 공격을 받으면서도 청년배당ㆍ무상교복ㆍ공공산후조리 등 국민적 공감대가 큰 정책을 관철해내 이름을 알렸다. 대장동 의혹이 대선에 걸림돌이 될지, 디딤돌이 될지는 앞으로 이 지사 하기에 달렸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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