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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시신 4구 기중기에 매달아… 재현되는 공포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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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시신 4구 기중기에 매달아… 재현되는 공포 정치

입력
2021.09.26 17:00
수정
2021.09.26 17:5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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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인질 구출 과정에서 총살한 납치범 4명"
향후 총살·손발 절단 등 '공포 정치' 현실화 우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시 주민들이 25일 중앙광장에서 기중기에 매달린 시신을 올려다보고 있다. 헤라트=A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시 주민들이 25일 중앙광장에서 기중기에 매달린 시신을 올려다보고 있다. 헤라트=A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남성 시신 4구가 기중기에 매달린 모습이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탈레반에 의한 공포 정치가 결국 재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반대 세력에 대해선 잔혹한 보복을 주저하지 않는 탈레반의 반(反)인권적 통치 방식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아프간 서부 헤라트 지역의 중앙광장에선 수백 명의 시민이 몰려들어 씁쓸한 표정으로 한곳을 응시하는 풍경이 연출됐다. 피로 얼룩진 남성 네 명의 시신이 기중기에 매달려 있었던 탓이다. 각 시신의 가슴 쪽에는 “누구든지 남을 유괴하면 이렇게 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후 시신들은 도시 내 다른 광장들에도 잇따라 옮겨져 똑같은 방식으로 대중에게 공개됐다.

탈레반 측은 ‘납치범의 시신’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에 의해 헤라트 지역 경찰서장으로 임명된 지아울하크 잘라리는 “탈레반 대원들이 납치범으로부터 무사히 인질을 구출해 냈다”며 “구출 작전 과정에서 총격전이 있었고, 납치범 4명이 모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어떤 인질 사건이었는지, 처참하게 시신을 공개한 이유 등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탈레반 지도부가 ‘총살 또는 손발 절단 등의 강력한 처벌을 다시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튿날 취해졌다. 탈레반 1차 집권기(1996~2001년) 당시 아프간 법무장관을 지내고, 이번 정권에선 권선징악부 장관에 오른 물라 누루딘 투라비는 전날 “코란에 근거한 아프간 법에 따라 대중 앞에서 이뤄지는 공개 처형은 아니더라도 사형이나 손을 절단하는 것과 같은 강경한 법 집행을 부활시키겠다”며 “치안을 위해 필요하고, 이런 처벌은 (범죄) 억제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공포심 유발’을 통치 무기로 활용하는 탈레반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표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탈레반이 정상 정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권을 존중하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종전 입장을 반복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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