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드맥스'로 '인싸'된 오지리 어촌계장 "손주에게 보여줄 게 생겨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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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드맥스'로 '인싸'된 오지리 어촌계장 "손주에게 보여줄 게 생겨 좋네요"

입력
2021.09.20 09:00
수정
2021.09.2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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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어촌마을 오지리 이진복 어촌계장
"1,000만뷰 인기에 최근 후속 영상도 촬영
추석 때 미공개 영상 손자들에게 보여줄 것
마을 인기에 귀농귀어 문의도... 빈집은 없어
경운기 포토존 등 관광상품 추진
물범 서식할 정도로 환경 잘 보존... 인심 좋아
코로나 끝나고 오시면 칼국수 대접할 것"

한국관광공사가 제작한 홍보영상 '머드맥스'에 출연한 이진복 오지리 어촌계장. 유튜브 영상 캡처

충남 서산시청에서도 차를 타고 한참(약 40분) 들어가야 나오는 어촌 마을인 대산읍 오지리에 사는 이진복(69) 어촌계장은 이번 추석 연휴를 손꼽아 기다렸다. 서울과 서산에 떨어져 사는 손자(15) 손녀(6, 12세)들에게 꼭 보여줄 게 있어서다.

오지리 주민들이 참여한 한국관광공사의 '머드맥스(MUDMAX)' 영상이 1,290만뷰(19일 오후 4시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누린 뒤 관광공사가 자신을 비롯한 일부 주민들을 추가로 인터뷰해 만든 미공개 후속 영상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서다.




그는 1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머드맥스 영상이 처음 나왔을 때 손자 손녀가 '할아버지 동네 텔레비전 나왔어. 뭐 재밌는 일 있어?'라고 묻길래 '뭐 재밌는 게 나왔디?'라고만 하고 별 얘기 안 했었다"며 "관광공사에서 먼저 보내준 1분 남짓 분량의 미공개 후속 영상에서는 내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머드맥스 본편 영상보다는 길게 나와 손자들과 같이 보면서 할 얘기가 좀 더 많을 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해 '범 내려온다'로 전 세계에 한국을 알렸던 한국관광공사가 수십 대의 경운기가 갯벌을 달리는 시즌2 홍보 영상, 머드맥스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이 영상을 찍은 오지리도 함께 떴다. 관광공사는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서산편'에서 바지락을 잡으러 경운기를 타고 갯벌로 향하는 어부들의 모습을 영화 '매드맥스(madmax)'를 패러디해 만들었다.

7월 31일과 8월 1일 이틀 동안 진행된 촬영에는 경운기 30대와 주민 90명가량이 참여했다. 평균 연령이 70세 안팎인 오지리 마을 주민 약 300명 중 상대적으로 젊은(?) 60, 70대 주민 위주로 3분의 1이 나설 정도로 참여율이 높았다. 그는 "(제작진의) 지시에 따라서 바다에 바지락 잡으러 나갈 때처럼 경운기가 한 줄로 쭉 들어갔는데 훌륭한 영상이 나와 주민들 모두 '어떻게 영상이 이렇게 나왔나'라고 놀랐다"며 "마을이 뜨고, 분위기가 '업'돼서 주민들도 웃는 얼굴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귀농 귀어 문의 쇄도... 1년 전 7명 정착, 현재는 빈집 없어"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한 이진복 오지리 어촌계장.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캡처

마을 대표나 다름없는 어촌계장 이씨는 연일 인터뷰로 바쁘다. 한동안 뜸했던 지인들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오랜만에 연락이 오고, 대전MBC YTN 등 방송국 촬영은 물론 라디오 인터뷰까지 벌써 10곳가량 소화했을 정도다. 오지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가 속된 말로 단박에 '인싸'가 된 셈이다. 그는 "벼농사, 밭농사에다 지금 한창 바지락 캘 때인데 손이 모자라, 서산시내에 사는 아들한테 SOS를 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귀농 귀어 문의도 쇄도하면서 오지리의 몸값도 오르고 있다. 그는 "도시에서 오래 거주한 나이 든 분들 중에 '머드맥스' 영상을 본 뒤 '시골에서 살아보고 싶다'며 귀농 귀어를 문의해 오고 있다"며 "전에는 마을에 빈집도 있었는데 1년 전에 외지인 7명이 정착해 살면서 현재는 빈집이 없다"고 했다.

'머드맥스' 인기로 한껏 분위기가 달아오른 오지리도 추석 연휴에는 차분한 분위기가 될 것 같다. 여느 때라면 마을잔치라도 열었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회포를 풀기 어려워서다.

이 계장은 "서울에 사는 딸네 식구들과 서산에 사는 아들네 식구가 찾아올 예정이라 쓸쓸하지는 않겠지만 동네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것은 어려워졌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머드맥스 촬영 때도 거리두기와 관광공사 사람들이 다음 촬영 때문에 바쁘다고 그냥 가서 뒤풀이를 못 했다"고 뒷얘기를 털어놨다.


"경운기 포토존 등 관광상품 추진...점박이물범 나올 정도로 깨끗"

한국관광공사가 제작한 홍보영상 '머드맥스'에서 경운기들이 갯벌 위를 질주하고 있다. 머드맥스 유튜브 영상 캡처

유명세를 탄 오지리는 아쉬움을 털고 마을의 경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우선 관광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장은 "어제(16일) 서산시 관광과에서 나와 '1,000만 뷰를 돌파했으니까 경운기를 모델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제안했다"며 "우리 시는 물론 오지리도 홍보할 수 있어 고맙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영상의 배경이 된 서산 가로림만도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숲에 이슬을 더하는 바다'라는 뜻의 가로림만은 충남 서산·태안에 걸쳐 있고, 전체 해안선의 길이가 162㎞에 이른다. 조석 간만의 차이가 심하고 수심이 얕아 간조 때는 전체 면적의 3분의 2가 드러날 만큼 넓은 갯벌이 특징이다. 만 안에는 고파도, 웅도, 저섬 등 30개 가까운 섬들이 퍼져 있다.

특히 점박이물범은 가로림만의 마스코트다. 천연기념물 33호 점박이물범은 2005년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됐다. 대부분 백령도에서 관찰되던 점박이물범은 드물게 동해안과 서해안 일대에서 관찰되는데, 2012년 6월 오지리 가로림만 안에서 쉬고 있던 점박이물범 다섯마리가 발견됐다. 이후 가로림만은 점박이물범의 중요한 여름 서식지로 꼽히고 있따.

그는 이어 "백령도 서해안과 함께 점박이 물범이 나올 정도로 환경이 깨끗하다"며 "(머드맥스에 캐는 장면이 나온) 바지락은 전국에서 다 생산돼도 여기서 나온 바지락은 오염이 안 됐다"고 자랑했다.

쇼맨십과 입담도 수준급으로 늘었다. "서울에서 여기까지 2시간도 안 걸려요. 머드맥스 영상 보고 찾아왔는데 칼국수 한 그릇 주세요라고 하면 한 그릇 대접할 정도의 정이 넘쳐나는 곳이니까 코로나19 괜찮아지면 놀러오세요. 제가 쏠테니."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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