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 1,000만 시대...반려동물과 여가문화 바뀌어
코로나19로 여행 제약 많고 불확실성 커져
비행 경비 아낌없이 소비하는 추세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반려인 1,000만 시대가 되면서 여가를 즐기는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반려인들이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며 애지중지하는 인식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이러한 변화 속도는 빨라졌다. 여행에 여러 제약이 따르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안전하고 편안한 방법을 찾는 이들이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일반석보다 5배 비싼 비즈니스석 예매하는 이유
직장인 이한영(가명)씨는 지난주 여름휴가로 반려견 '둥이'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둥이와의 여행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이씨는 둥이와 편하게 이동하기 위해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왕복 30만 원대로 이코노미석에 비해 5배가량 비쌌지만 넉넉한 공간 때문에 선택했다.
이씨는 지난해 둥이와 첫 여행 때 겪었던 불편함을 떠올렸다. 그는 "이코노미석을 예매했다가 공간이 좁아 둥이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서 "자연스럽게 비즈니스석을 끊게 됐다"고 말했다. 기내에선 반려동물이 가방이나 케이지 등 운송 용기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보통 대형 항공사들은 작은 반려동물의 경우 기내에 동승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기내 앞 좌석 아래 공간에 있을 만한 크기면 된다. 즉 '반려동물+운송 용기 총무게 7kg 이하'면 가능하다. 그 이상(45kg 이하)이면 화물칸 위탁 운송에 맡겨야 한다.
둥이의 왕복 비행 경비는 별로도 6만 원이 들었다. 국제선을 이용할 경우 반려동물 무게에 따라 최소 30만~120만 원의 운송요금이 든다.
이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좀 나아지면 둥이와 해외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이때도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생각이다. 순전히 둥이를 위한 선택인 셈이다.
이처럼 반려동물과 동반 탑승하는 승객이 매년 증가하면서 국내 항공업계는 발빠른 마케팅이 한창이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적극적으로 구애를 보내고 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은 반려동물 전용 탑승권을 발급하거나, 반려동물 기내 반입 무게 기준을 늘리는 등 대형 항공사들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려동물 태우고 3,500만원 전용기 타기
최근 미국 CNN은 민간 항공사의 전용기를 이용해 반려동물들과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전에는 부유층이나 유명인이 아닌 사람에게는 완전히 손이 닿지 않을 것 같았던 전용기가 코로나19 이후 접근이 용이해졌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석유·가스 유틸리티 회사에 근무하는 케틀린 스테지는 반려견 '무스'를 위해 여행 경비를 아끼지 않는다. 최근에는 제약이 많은 대형 항공사 대신 민간 항공사의 전용기를 이용해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을 다녀왔다.
CNN에 따르면 스테지는 무스가 돌아다닐 수 있도록 전용기만을 고집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재산 상태를 밝히진 않았지만, 무스와 여행할 때는 매번 전용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스테지가 이용한 항공기는 미국 프라이빗 전용기 회사 넷젯(NetJets).
전용기 이용 비용은 3만 달러(약 3,500만 원). 래브라두들(래브라도 레트리버와 푸들을 교배한 개) 종으로, 키가 큰 무스가 일반 비행기를 타려면 화물칸 위탁 운송을 해야 한다. 그러나 무스에게 위험할 수도 있어 스테지는 단 한 번도 일반 비행기를 탄 적이 없다.
비용보다는 무스가 더 우선이기 때문이다. 스테지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무스와 함께 개인 비행을 더 많이 하게 됐고, 제공되는 편안함과 편리함은 일반 비행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CNN에 밝혔다.
스테지는 이어 "동물들은 일반 항공기에 갇히지 않고 다리를 쭉 뻗고 이리저리 돌아다닐 자유가 있다"면서 "무스같이 덩치가 큰 동물들은 케이지 등에 갇히는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 많은 상업 항공사들은 앞 좌석 아래에 맞는 가방이나 케이지 등에 반려동물을 싣는 경우 기내에 태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때 5만 원(국내선 편도) 안팎의 비용만으로 가능하다.
"전용기 회원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비행"
글로벌 프라이빗 항공기 운영사 비스타젯(VistaJet)은 지난 2년 동안 비행한 동물의 수가 8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마케팅 및 혁신 담당 부사장인 마테오 아티에 따르면 현재 회원 4명 중 1명이 네 발 달린 동반자와 함께 비행하고 있으며, 새의 탑승 횟수도 늘고 있다. 고양이 탑승의 경우 2019~2020년 357% 급증했다.
이러한 추세는 코로나19와도 연결돼 있다. 비스타젯 측은 "코로나19가 극에 달했을 때 반려동물 입양이 빠르게 증가했다"며 "지난해 3~9월 미국 가정의 위탁 반려동물 수가 8% 증가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세기 항공사 럭셔리 에어크래프트 솔루션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반려동물과 함께 비행하는 승객 수가 74% 증가했다. 이 회사의 공동 설립자인 다니엘 허시혼은 "예전에는 출장 등 비즈니스 고객이 많았다면 현재는 여가생활을 위한 여행 승객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두 명이 아닌 가족 단위 고객이 많다는 것이다. 허시혼은 "가족 단위 고객들이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을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민간 전용기 임대 회사인 스타 럭셔리 제트(Starr Luxury Jets)는 최근 동물들만 태우고 비행기를 띄우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고양이 두 마리를 그리스 미코노스 섬에 보낸 것이다. 섬에서 휴가를 즐기던 고양이 주인이 일정을 늘리면서 반묘들을 너무 그리워했기 때문이었다.
럭셔리 에어크래프트 솔루션도 펜실베이니아주(州)에서 반려견을 입양한 캘리포니아주 거주 고객을 위해 전용기를 띄웠다. 이 고객은 오직 반려동물을 위해 3,500만 원을 기꺼이 지불한 것.
CNN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여행 제한이 계속되고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소중히 생각하는 반려인들이 전용기를 선택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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