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선 전 청와대 행정관, 성장금융 본부장 사퇴
장도중·이종석?등 다른 금융권 낙하산도 수두룩
야권 "금융계 임원 32%, 캠코더 인사"
20조 원 규모의 한국형 뉴딜펀드 운용을 책임지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2본부장으로 내정된 황현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결국 자진 사퇴했다.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굴려본 적 없는 무경력자가 낙하산으로 꽂혔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전 행정관처럼 억대 연봉을 받는 금융권에 재취업한 다른 친정부 인사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황현선 전 행정관, 낙하산·무경력 논란 의식한 듯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황 전 행정관은 최근 한국성장금융 측에 투자운용2본부장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한국성장금융이 이날 황 전 행정관을 투자운용2본부장으로 선임하기 위해 개최하려고 한 임시 주주총회도 취소됐다.
황 전 행정관은 거센 비판에 못 이겨 스스로 투자운용2본부장직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자신의 거취 문제로 정권 말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정무적 판단도 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황 전 행정관이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2본부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청와대는 '황 전 행정관 인사는 검증 대상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이 커졌다. 또 자본시장에서 펀드 운용 경험이 전혀 없는 무경력자로 투자운용2본부장에 걸맞지 않은 점도 금융권 비판을 키웠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출신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친정부 인사다.
금융권에선 황 전 행정관이 한국형 뉴딜펀드 사업의 기틀을 닦아놓기 위해 한국성장금융 주요 임원으로 발탁됐다고 봤다. 실제 황 전 행정관은 선임 안건이 임시 주총에서 통과하면 최대 2024년 9월까지 일할 수 있었다. 내년 3월 대선 이후에 정권이 바뀌어도 이사회에서 해임되지 않는 한 한국형 뉴딜펀드 지킴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형 뉴딜펀드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띄운 한국형 뉴딜에 투자하는 펀드로 2025년까지 20조 원 규모로 조성된다. 정부 3조 원 등 공공 부문이 7조 원의 모펀드를 만들고 민간에서 13조 원을 유치하는 구조다.
금융노조 "알박기 낙하산 인사, 도를 넘어섰다"
황 전 행정관을 둘러싼 낙하산 논란은 자진 사퇴로 일단락됐지만 금융공기업이나 은행권으로 자리를 옮긴 친정부 인사를 향한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야권은 금융경제연구소 통계를 인용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새로 선임되거나 연임된 금융계 임원 138명 중 32%가 '캠코더(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만 봐도 △주택금융공사 상임이사에 장도중 전 기획재정부 장관 정책보좌관(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출신) △무역보험공사 신임 감사에 이종석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한국예탁결제원 상임이사에 한유진 전 노무현재단 본부장 △금융결제원 상임감사에 천경득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여권 인사가 대거 금융공기업 임원으로 내정됐다.
다만 이들이 황 전 행정관처럼 자리에서 물러날지는 미지수다. 황 전 행정관이 맡으려고 한 직위보다 다소 무게감이 떨어져 그대로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아서다.
금융노조는 "정권 말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알박기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어섰다"며 "정부와 금융계는 전문성과 능력을 겸비한 인사가 선임될 수 있는 공정한 임원 선임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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