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연-자영업자비대위 공동 기자회견
"보증금 동나고 대출 막혀… 더는 못 버텨"
?방역 정책 전환·온전한 손실보상 등 촉구
"계속 이러다간 혹시나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두렵기만 합니다."
서울 구로구에서 호프집을 운영중인 A씨가 14일 전한 최근 심경에선 극단적인 선택까지 염두에 둔 듯했다. 바닥으로 떨어진 매출은 1년 넘게 그대로인데, 임대료와 세금은 고스란히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그나마 운좋게 올린 하루 매출은 겨우 5만 원으로, 배달 아르바이트 하루벌이의 절반 수준이다. 전기세라도 아껴볼 요량에 당분간 임시 휴업도 고민했지만 그나마 오는 손님마저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포기했다. 그는 "월급쟁이들은 고사하고 배달 알바에 비해서도 내 현실이 초라하다는 생각에 우울함이 끊이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와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가진 공동 기자회견장엔 비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벼랑 끝까지 내몰린 소상공인들의 처절한 절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들은 "제발 살려달라"며 정부의 방역정책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지현 전국공간대여협회 회장은 "자영업자 1,000여 명이 대화를 나누는 단체 카톡방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극단적 선택으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휘청거리는 이들의 얘기가 오간다"며 "대출금을 갚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제2 금융권까지 대출길이 막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제보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이제는 힘드니 도와달라는 하소연이 아니라 제발 살려달라는 처절한 절규"라며 "정부는 자영업자의 현실을 직시하고, 실효성 없는 거리두기에서 국민을 살리기 위한 방역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여 생활자와는 상황이 다른 자영업자의 현실을 고려해 달라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회장은 "직장인들은 급여를 못 받아도 영(零)에서 시작하지만, 자영업자는 영업을 멈추면 임대료, 공과금, 직원 임금 등 고정비 때문에 마이너스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어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임대료를 내지 못해 보증금을 깎아먹고 있는데, 이마저도 동이 난 상황"이라며 "손실 보상 역시 중요한 문제지만, 생존의 기로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자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오히려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자영업자들은 66조 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고, 45만3,000개 매장이 폐업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이들을 탄압하는 정부의 행태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고 꼬집었다. 경찰은 지난 8일 차량 시위에 나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20여 개 부대를 동원해 차단했고, 김기홍 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를 검찰에 송치했다. 오 회장은 "만약 검찰이 김 대표를 무리하게 기소한다면, 소공연은 비대위와 함께 소상공인들의 분노를 강력히 표출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밖에도 △정해진 예산과 관계없이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온전히 보상해줄 것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즉시 시행하고, 정책자금 대출을 대폭 확대할 것 △생활방역위원회와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 소상공인 참여를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오 회장은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입장을 밝혀 줄 것을 촉구한다"며 "정부가 이번마저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강력히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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