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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피해' 대중음악 공연업계 종사자들… "왜 잠재적 범죄자 취급 받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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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피해' 대중음악 공연업계 종사자들… "왜 잠재적 범죄자 취급 받아야 하나요"

입력
2021.09.09 08:00
수정
2021.09.0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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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온라인 긴급 기자회견서 호소

대중음악공연을 주최·주관·제작하는 업체들로 구성된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가 8일 온라인으로 '코로나19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역원칙 수립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음공협 제공

대중음악공연을 주최·주관·제작하는 업체들로 구성된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가 8일 온라인으로 '코로나19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역원칙 수립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음공협 제공

"(대중음악 공연 일이 끊겨서) 택배 일로 생계를 겨우 유지하는데 가족 모르게 하기에 인터뷰가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공연업은 자영업자와 다를 바 없지만 사실상 영업을 제한 받았음에도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에서 빠져서 지원금이 아주 적거나 거의 못 받은 분들이 많습니다."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기존 대출에 추가 대출까지 받아서 회사를 연명하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시대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히는 자영업자보다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대중음악 공연업계 종사자들의 하소연이다. 일반 자영업에 비해 종사자들의 수가 적어서, 인기 K팝 가수들과 대형 기획사처럼 오프라인 공연을 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큰 지장이 없는 극소수 업계 관계자들에 가려서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 대중음악 공연 종사자들이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과 무책임한 희생 강요로 고통 받고 있다면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코로나19 관련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대중음악 공연이 제대로 열리지 못하면서 코로나19 이전 대비 90% 이상 급감했을 뿐 아니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강제적 취소·연기로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방역당국의 방침보다 꼼꼼한 수칙으로 공연을 준비해왔음에도 대중음악 공연업계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면서 공연 개최를 막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8일 대중음악공연을 주최·주관·제작하는 업체들로 구성된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는 온라인으로 '코로나19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통해 "향후 공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바뀌지 않을 방역 지침 제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뮤지컬이나 클래식 음악 등 타 장르,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음공협은 공연 개최에 최소 수개월에서 1년여까지 준비 과정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불명확한 원칙과 정책 변동으로 인해 공연 직전에 강제적으로 행사가 취소되는 일이 반복됨으로써 관련 업계 종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정부는 방역수칙을 준수한다면 거리두기 4단계에서도 관객 5,.000명까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등록 공연장'에서만 공연을 열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제한 조치와 지자체의 강제 취소 조치로 적잖은 대중음악 공연이 잇달아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음공협 관계자들은 대중음악 공연과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가 유난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말한다. 대중음악 공연장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보고되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대중음악 공연에만 까다로운 방역수칙을 적용하는 데다 일관성 없는 소극적 정책으로 대중음악 공연업계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공연기획사 본부엔터테인먼트의 유승호 대표는 지자체가 정부 방역수칙과 관련해 저마다 다르게 유권해석을 하는 실정이라며 "정부 지침상 공연이 가능했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혹은 3단계 지역 공연도 지자체의 집합 금지로 취소 및 연기됐다"고 말했다. 공연을 연출하는 플렉스앤코의 신원규 대표는 "'미스터트롯' 콘서트의 경우 잇단 연기로 티켓 재발송 비용으로만 10억 원 가까이 들었다"며 "정부가 보상해주지 않아 기획사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공협은 여론을 의식해 회피로 일관하는 정부의 대응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연기획사 엠피엠지의 이종현 프로듀서는 정부 관련 부처에 여러 차례 대화를 요구했으나 당국이 제대로 응한 적이 없다면서 "적어도 관계부처에서 우리를 대화 상대로 생각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원규 대표는 "대중음악 공연장 내에서는 비말 확산이 클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만을 가지고 관객들마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는 이러한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여름 열린 대부분의 대중음악 공연장에서는 관객 스스로 함성을 지르거나 노래 부르기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후 공연장 집단감염 사례 역시 단 한 건도 파악되지 않았다.

오랜 기간 공연업에 종사해온 음공협 회원사 대표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우리나라보다 더욱 심각한 미국과 영국, 일본에서도 각종 연구와 테스트 공연 등을 통해 관련 지침을 마련해 대규모 오프라인 공연을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7, 8월 대규모 야외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를 열었고, 일본도 지난달 후지록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공연장 문을 열고 있다.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코리아의 김형일 대표는 "미국과 영국은 '테스트 공연' 데이터를 바탕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의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예매 사이트인 티켓마스터에선 지난해 대비 6배 이상 티켓 판매가 늘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공연 관련 지침이 마련된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는 K팝 그룹의 콘서트를 열자는 제안이 꾸준히 오고 있다면서 "내년, 내후년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중음악 공연업계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보상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가 정한 지침에 따라 공연을 준비해도 지자체가 강제로 취소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피해 보상 역시 사실상 전무하다. 음공협 관계자들은 "1년 넘게 실질적으로 영업을 제한 받고 있지만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에서 제외돼 보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아주 적거나 거의 보상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음공협은 이날 성명서에서 △문화 다중이용시설 및 타 장르 공연과 같은 잣대로 대중음악 공연을 대하고 명문화된 매뉴얼을 마련할 것 △상황에 따라 거리두기 단계가 조정될 순 있지만 구체적인 지침은 바뀌지 않도록 할 것 △지침에 따른 공연이 관계 부처의 행정명령에 의해 취소된 경우 피해를 보상할 것 △최소한 거리 두기 3단계에서는 공연이 가능한 기준을 마련할 것 △1회 공연 최대 수용 인원 규정에서 백신 1차 이상 접종자의 인원을 제외하고 2차 접종률이 70%에 이를 경우 좌석 간 거리 두기와 최대 수용 인원 규정을 없앨 것 △코로나19 이후 업계의 재건을 위해 지원, 기금, 펀드 등의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음공협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정부와 국회에 전달한 데 이어 조만간 관계 부처와 함께 대중음악공연 개최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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