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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려면 남자들 삶이 변해야 한다

입력
2021.09.08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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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육아 가사는 여전히 여성의 몫
이 상태론 직장에서도 여성은 불평등
성평등 위해 남성의 가사 육아 확대돼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9월 첫 주는 양성평등주간이었다. 공식적으로는 9월 1일부터 7일까지지만 이번 주말까지 대한민국의 이곳저곳에서 '양성평등'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지난해부터 양성평등주간은 7월 첫 주에서 9월 첫 주로 옮겨 시행되고 있다. 1898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으로 알려진 '여권통문(女權通文)'이 발표된 9월 1일을 기념하고 현재의 성평등 수준을 가늠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한국사회는 성평등한가? 정확히 묻자면, 한국사회는 얼마나 성평등한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선 먼저 '성평등'이 무엇인지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성평등은 인간은 누구나 성별에 관계없이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동등한 기회와 조건, 결과를 누려야 한다는 이념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또는 자신을 어떤 성으로 규정하든 시민으로서 기회와 조건·결과의 평등을 권리로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상이다.

지난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여성의 고용률은 50.7%로 남성 고용률 69.8%에 비해 19.1%p 낮았고, 여성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 근로자 시간당 임금의 69.6%에 머물렀다.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45.0%로 남성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 29.4%보다 15.6%p 높았고, 맞벌이 부부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여성이 2시간 13분 더 길었다. 21대 국회의원 중 여성은 19.0%이고 장관 중 여성 비율은 27.8%, 4급 이상 일반직 국가공무원 중 여성은 17.8%, 공공기관 및 500인 이상 민간 사업장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9%였다. 경제와 사회적 영역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훨씬 낮은 지위에 있고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며, 정치적 영역에서 소수 집단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임계치 30%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수치들은 한국사회가 여전히 여성과 남성의 기회와 조건·결과의 평등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것들은 노동시장 내 여성과 남성이 직면한 경제적 기회와 조건·결과의 격차를 의미한다. 여성과 남성이 노동자로서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경제적 가능성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주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임금에 비해 현저히 낮은 사회에서 여성은 경제적 독립과 사회적 인정을 얻고 삶의 안정성을 누릴 '기회'가 제한된다.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을 여성의 몫으로 넘기는 사회에서 여성은 노동자로서 일터에서 동등한 '조건'을 요구하기 어렵다. 결국 개인의 역량이나 노력과는 무관하게, 여성이라는 성별을 지닌 사람들은 일자리든 소득이든 동등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

관련된 정책으로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여성이 가족을 돌볼 수 있는 기회를 더 늘리는 것이다.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양육수당을 더 많이 지급하고, 육아휴직을 더 오래 쓰게 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의 삶은 일보다는 양육자의 역할에 무게중심이 두어질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남성이 가족을 돌볼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야근을 줄이고 가사노동을 함께하고 아버지 육아휴직을 더 오래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남성의 삶은 일 중심에서 벗어나 일과 돌봄의 균형으로 관심이 이동할 것이다.

2021년 한국사회에서 성평등 정책은 남성의 변화에 초점이 두어져야 한다. 여성은 이미 기회와 조건·결과의 평등을 향해 삶의 중심을 옮기고 있다. 혼자 살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많아졌다는 보고가 이를 증명한다. 함께 평등해질 수 없다면 혼자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함께 살기 위해서는 남성적 삶의 양식이 바뀌어야 한다. 성평등 정책의 방향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ㆍ전 한국여성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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