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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저항군 최후 거점 장악" 주장… 내부에선 권력투쟁 '자중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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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저항군 최후 거점 장악" 주장… 내부에선 권력투쟁 '자중지란'

입력
2021.09.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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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장악 주장에 저항군 "거짓말" 반박
SNS상엔 탈레반의 주도 입성 사진 올라와
탈레반 2인자와 하카니 파벌 사이 총격설
현지매체 "'실질적 지도자' 바라다르 다쳐"

지난달 29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 특수부대원들이 순찰활동을 하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 특수부대원들이 순찰활동을 하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20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저항군의 마지막 근거지인 북부 판지시르마저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을 순식간에 손아귀에 넣은 거침없는 기세와 달리, 내부에서는 권력 암투가 심화하면서 자중지란에 빠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파벌 간 갈등으로 탈레반 실질적 지도자가 부상을 당했다는 이야기마저 나오는 가운데, 새 정부 공식 출범은 연일 미뤄지는 모습이다.

탈레반 3주 만에 ‘완전한’ 승리?

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 나라의 완전한 안보를 위한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며 “판지시르주(州)는 이제 탈레반의 통제 아래 있다”고 발표했다. 판지시르는 반(反)탈레반 저항군의 최후 거점이다. 탈레반으로선 이 지역마저 수중에 넣으면서 지난달 15일 수도 카불 입성 이후, 3주 만에 ‘완전한 승리’를 선언한 셈이다.

최근 판지시르 지역에서는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을 비롯한 저항군이 탈레반과 치열한 교전을 벌여 왔다. 탈레반은 NRF 등 저항 세력이 투항을 거부하자 지난 2일 진압을 위한 군사 작전을 본격화했고, 이튿날 함락 성공을 선포했다. 그러나 당시 NRF 지도자 아흐마드 마수드는 ‘탈레반의 거짓말’이라며 계속 싸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쪽 모두 결정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우세를 주장하는 만큼 승패를 단언하기는 이르다. 다만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는 판지시르 주도(州都) 바자라크의 주정부 건물에 탈레반을 상징하는 흰색 깃발이 내걸린 장면과, 탈레반 대원들이 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일단은 탈레반의 우세를 점쳐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 북부 판지시르주에서 탈레반에 저항하는 정부군과 민병대가 통나무를 들고 물을 건너는 훈련을 하고 있다. 판지시르=AF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 북부 판지시르주에서 탈레반에 저항하는 정부군과 민병대가 통나무를 들고 물을 건너는 훈련을 하고 있다. 판지시르=AFP 연합뉴스

그러나 저항군 측은 이날도 탈레반 주장을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저항 세력은 트위터에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허위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그는 판지시르가 자신들의 손에 있다는 거짓말을 사람들에게 확신시키고 있다”며 “판지시르는 (탈레반한테) 넘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에선 피 튀기는 권력 투쟁說

밖에선 빠른 속도로 국가 전역을 장악하고 있지만, 안에서는 ‘피 튀기는’ 권력 투쟁도 벌어지고 있다. 이날 ANI통신 등 인도 언론과 아프간 지역 매체는 탈레반의 실질적 지도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 정치국장 측과 또 다른 탈레반 고위 간부 아나스 하카니 측 대원들이 지난 3일 밤 수도 카불에서 회담을 진행하다가 총격전을 벌였다고 전했다. ‘탈레반 2기’ 새 정부가 첫발을 떼기도 전에 내홍에 휩싸인 셈이다.

바라다르는 차기 행정부에서 대통령직에 앉을 것이 유력한 탈레반 2인자다. 1인자는 물론 최고지도자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이긴 하나, 실제 나라를 대표해 정치나 외교 무대에 직접 나서는 건 바라다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탈레반의 무력 투쟁 시절 국제사회와의 협상 무대에 나선 인물도 바라다르였다. 하카니는 1990년대 후반 탈레반과 손 잡은 극단주의 조직 ‘하카니 네트워크’의 지도자였던 시라주딘 하카니의 동생이자 조직 내 핵심 인사다.

탈레반과 하카니 네트워크는 외부 세력에 맞서기 위해 힘을 합치긴 했지만, 정책 노선 등에선 종종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저항군과의 교전을 두고 두 파벌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내분이 시작됐다. 바라다르 측은 공격 자제를 주장한 반면, 하카니 측은 무력 진압 등 강경 대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총격이 발생했고, 바라다르가 부상했다는 설(說)까지 나온다.

'탈레반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오른쪽) 정치국장이 지난달 18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평화협상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 측 대표인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탈레반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오른쪽) 정치국장이 지난달 18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평화협상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 측 대표인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현지 소규모 매체 판지시르옵저버는 “(총격 사건으로) 바라다르가 다쳤고 파키스탄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보도했다. 친(親)저항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인 ‘북부동맹’도 트위터를 통해 “바라다르는 대원들에게 판지시르에서 싸우지 말고 카불로 복귀하라고 명령했다”며 “그는 심하게 다쳐 치료를 위해 파키스탄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주장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탈레반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양측의 갈등 상황 자체를 부인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당초 지난 3일로 예정됐고, 대외에까지 공표됐던 아프간 새 정부 내각 발표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속사정도 파벌 간 이견 탓일 공산이 크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발표 연기 이유 중 하나는 탈레반과 하카니 네트워크간 의견 충돌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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