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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지민 생일" 비행기 광고 아미 계정 중지... K팝, 중국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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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지민 생일" 비행기 광고 아미 계정 중지... K팝, 중국서 무슨 일이

입력
2021.09.06 16:11
수정
2021.09.09 1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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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대중문화 규제 강화 조치 후폭풍
팬덤 이름 바꾸고, 음원 중복 구매 금지

중국이 대중문화 규제 강화 조치를 연일 내놓으면서 한류 시장에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다. '한한령'으로 한국 가수들의 공연 등 오프라인 교류가 이미 막힌 상황에서 중국 국적 K팝 남성 아이돌의 활동뿐 아니라 온라인 팬덤까지 단속의 손길이 뻗쳐 삼중 압박을 받는 형국에 놓였다.


중국 방송 규제기관인 광전총국이 2일 발표한 '프로그램 및 관계자 관리 강화 통지'. 세 번째 항목에 여성스러운 남성을 일컫는 '냥파오(娘?)'를 언급하며 기형적인 미적 기준을 결연히 근절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광전총국 홈페이지 캡처

중국 방송 규제기관인 광전총국이 2일 발표한 '프로그램 및 관계자 관리 강화 통지'. 세 번째 항목에 여성스러운 남성을 일컫는 '냥파오(娘?)'를 언급하며 기형적인 미적 기준을 결연히 근절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광전총국 홈페이지 캡처


1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아이돌 그룹 엑소의 전 멤버인 크리스 우(吳亦凡)가 표지에 실린 연예잡지 등이 진열된 신문 가판대를 쳐다보고 있다. 공안당국은 크리스를 강간죄로 지난달 체포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1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아이돌 그룹 엑소의 전 멤버인 크리스 우(吳亦凡)가 표지에 실린 연예잡지 등이 진열된 신문 가판대를 쳐다보고 있다. 공안당국은 크리스를 강간죄로 지난달 체포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그룹 엑소 전 멤버인 크리스 우.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엑소 전 멤버인 크리스 우.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화장하는 남자' 금지령... '젠더리스' 아이돌 비상

중국의 방송 규제기관인 광전총국이 지난 2일 낸 '문예 프로그램과 그 관계자 관리 강화 통지'에 따르면, 화장을 하는 등 외양이 여성적인 남성 연예인의 방송 출연이 금지된다. 중국 전통 사회적 가치에 위협이 된다는 게 이유다.

이로 인해 전통적 성 규범 전복으로 세를 넓힌 K팝 아이돌의 현지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K팝 기획사들은 당장 남성 아이돌의 광고 시장 퇴출을 걱정하고 있다. 한한령에도 한국 국적 남성 아이돌의 현지 광고 계약은 이뤄졌는데, '예쁜 남자 금지령'으로 중국 국적의 남성 아이돌까지도 광고가 막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국내 대형 K팝 기획사의 이사는 "군대를 다녀온 우리 국적 남성 아이돌이 올초 중국 전자제품 광고를 찍었고, 그 광고가 옥외와 온라인에 노출됐다"며 "하지만 이번엔 중국 당국이 남성의 여성성까지 간섭하는 등 규제가 워낙 광범위하고 고강도로 진행돼 방송은 물론 광고 모델 활동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K팝 기획사 관계자는 "색조 화장만 규제 대상인지 아니면 화장 자체가 안 되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어 우리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 최대 음원 플랫폼인 텐센트 QQ뮤직에서 유통되는 한국 음악.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삽입곡인 '넌 내게 반했어'와 워너원 출신 하성운의 '땡큐'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선 지난달 28일부터 음원 중복 구매가 금지됐다. QQ뮤직 홈페이지 캡처

중국 최대 음원 플랫폼인 텐센트 QQ뮤직에서 유통되는 한국 음악.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삽입곡인 '넌 내게 반했어'와 워너원 출신 하성운의 '땡큐'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선 지난달 28일부터 음원 중복 구매가 금지됐다. QQ뮤직 홈페이지 캡처


음원 중복 구매 금지 '악재'

K팝 중국 음원 소비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공산당 중앙 인터넷 안전 정보화 위원회 판공실(CAC)이 최근 발표한 팬덤 관리 방안엔 '연예인을 위해 모금 나서는 팬클럽 해산' '음원 중복 구매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돈을 어떻게 쓰는 것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K팝 기획사엔 악재다.

지난달 28일부터 중국 최대 음악 플랫폼인 텐센트 QQ뮤직에선 같은 ID로 음원 중복 구매를 할 수 없다. 연예인을 위해 미성년자가 돈을 쓰는 것을 금지하는 등 팬덤의 무분별한 소비를 막기 위해서다.


그룹 에이핑크 멤버인 정은지 중국 팬덤 웨이보 계정. 최근 이름을 '싱토리~'로 바꿨다. 웨이보가 계정에 단체를 뜻하는 '바' 표현을 쓰지 말라고 공지해서다. 정은지 중국 팬덤 웨이보 캡처

그룹 에이핑크 멤버인 정은지 중국 팬덤 웨이보 계정. 최근 이름을 '싱토리~'로 바꿨다. 웨이보가 계정에 단체를 뜻하는 '바' 표현을 쓰지 말라고 공지해서다. 정은지 중국 팬덤 웨이보 캡처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 중국 팬덤의 웨이보 계정. 이름을 바꾸기 위해 회원을 상대로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지드래곤 팬덤 웨이보 캡처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 중국 팬덤의 웨이보 계정. 이름을 바꾸기 위해 회원을 상대로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지드래곤 팬덤 웨이보 캡처


그룹 블랙핑크 중국 팬덤 웨이보 계정. 중국 정부의 지침에 맞춰 건전하게 아티스트를 즐기겠다는 내용의 글을 공지했다. 블랙핑크 팬덤 웨이보 캡처

그룹 블랙핑크 중국 팬덤 웨이보 계정. 중국 정부의 지침에 맞춰 건전하게 아티스트를 즐기겠다는 내용의 글을 공지했다. 블랙핑크 팬덤 웨이보 캡처


'정은지의 싱토리~' 계정 변경 나선 K팝 팬덤

중국의 아이돌 문화 고삐 조이기로 현지 팬덤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5일 중국 관찰자망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 팬클럽 웨이보(@朴智旻JIMIN_JMC) 계정은 60일간 사용이 금지됐다. 지민의 생일(10월 13일)을 축하하기 위해 제주항공 비행기 광고를 하려고 회원들을 상대로 모금 활동을 벌인 때문이다. 아이유를 비롯해 엑소, NCT 등 K팝 팬덤 계정 20여개도 30일 정지 처분됐다.

그룹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의 A 팬덤은 최근 '정은지의 Singtory~'로 계정 이름을 아예 바꿨다. A 팬덤은 "팬클럽 이름에 조직성을 띠면 안 돼 개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웨이보가 아이돌 팬덤 계정에 이름에서 모임을 뜻하는 '?(bar)'라는 글자를 빼라고 최근 공지한 데 따른 조치다.

이 촌극을 벌여서까지 중국 정부가 아이돌 팬덤 관리에 나섰다는 건 그만큼 팬덤 문화를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팬덤 문화가 외국 세력의 표적이 되기 쉽고, 청소년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는 게 CNN 등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 엑소로 활동했던 중국계 멤버 크리스 우가 팬 성폭행 혐의로 지난달 체포됐다. 크리스가 공안에 검거되자 그가 체포된 베이징 차오양구 경찰서 앞에서 팬들은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반체제적인 사회 전복 행위나 다름없다.

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특정 우유제품에 부착된 격자무늬(QR)코드로 지지하는 연습생에 투표를 할 수 있게 해 청소년들이 해당 상품을 무더기로 산 뒤 우유를 거리에 버려 논란이 인 것도 팬덤 단속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중국인 멤버 현지 출국에 긴장

중국은 유명 연예인을 시진핑 국가 주석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통한 사상통제 타깃으로 삼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친 사상 통제 강화와 공동부유를 위한 정책 기조를 실현하기 위해 대중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유명 연예인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아이돌 팬덤이 공산당의 정체성에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다고 본 것"이라며 "규제안을 보면 자본주의 시장에선 상상할 수 없는 과도한 조치가 많지만, 연예인들의 고액 출연료 규제 등은 생각해 볼 거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지난달 30일 '문예가 교육 관리 및 도덕성 강화에 관한 통지'에서 문화계 종사자들이 문예 업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신을 충실히 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상황에서 K팝 아이돌그룹 중국인 멤버 두 명이 국내 활동을 잠시 접고 3일 중국으로 떠났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의 사상 교육을 받기 위해 출국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 중국인 아이돌 소속사 관계자는 "예정된 스케줄"이라며 "코로나19로 미뤘던 중국 활동을 재개하기로 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상현 콘텐츠진흥원 중국 비즈니스센터장은 "대국민 선전에 활용하기에 적합한 연예 및 콘텐츠 산업은 앞으로도 중국에서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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