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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갇혀 살 순 없다" 베트남도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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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갇혀 살 순 없다" 베트남도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전환

입력
2021.09.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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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완전 통제 어려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노이 봉쇄 완화·호찌민은 보름 뒤 가능

1일 팜민찐 베트남 총리가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방역 전문가 등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이공 타임스 캡처

1일 팜민찐 베트남 총리가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방역 전문가 등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이공 타임스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사태로 신음하는 베트남이 '위드 코로나'(with corona·코로나19를 독감 같은 일상 감염병으로 규정해 방역을 완화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정책) 노선을 걷기로 했다. 시민들 외출까지 막는 극단적 방역 정책을 두 달째 펼치고 있는데도 전염병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데다, 각종 경제 지표가 곤두박질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결국 '봉쇄 위주'였던 기존 방역 체계를 새롭게 개편하기로 한 것이다.

3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팜민찐 총리는 지난 1일 의료·방역 전문가 70여 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베트남이 영원히 고립과 폐쇄에 기댄 방역 정책에 갇혀 살 순 없다"며 "이젠 완전한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지방성 정부 대표들과의 간담회 중 "코로나19와의 전쟁은 길고, 대유행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처음으로 '위드 코로나'를 검토 중임을 시사했는데, 그로부터 나흘 만에 사실상 방역 정책 대전환을 공개 선언한 것이다.

찐 총리가 구상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는 과학적 성취와 적용이 핵심 요소다. 그는 향후 베트남 방역 정책에 대해 "전염병 예방에 과학을 적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베트남이 자체 개발 중인) 백신이 장기 방역 전략의 결정적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중 긴급승인이 유력한 나노코백스 등 자체 백신을 전국에 공급하는 시점에 맞춰 전염병과의 공존을 본격화하겠다는 취지다.


1일 베트남 보건 요원들이 코로나19 집중 감염지인 하노이 탄쑤언 지역 주민 1,000여 명을 시 외곽 대학 캠퍼스로 집단 이동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노이타임스 캡처

1일 베트남 보건 요원들이 코로나19 집중 감염지인 하노이 탄쑤언 지역 주민 1,000여 명을 시 외곽 대학 캠퍼스로 집단 이동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노이타임스 캡처

방역 방식도 대대적으로 수정된다. 도시 혹은 성(省)별로 일괄 봉쇄·격리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레드존(위험) △오렌지존(주의) △그린존(안전)으로 감염지를 세분화해 대처한다. 이와 관련, 수도 하노이는 내달 6일 이후 일반 시민의 외출과 이동을 전면 통제하는 '16호 지시령'을 레드존에만 적용하고, 나머지 2개 존에 대해선 한 단계 낮은 '15호 지시령'을 부분 적용키로 했다.

베트남 내 최대 감염지인 호찌민과 남부 지역은 이달 중순 이후 단계적 봉쇄 완화가 예상된다. 호찌민 보건당국은 전날 "이달 16일까지 16호 지시령을 유지하면서 방역 완화를 위한 선제 조건 해결에 최대한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사망자 20% 감소 △일일 입원 건수가 퇴원 건수를 초과하지 않기 △18세 이상 시민 대상 백신 1차 접종률 70%·2차 접종률 15% 달성 등 목표가 달성될 때 봉쇄 완화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지난달 23일 베트남 호찌민의 한 도로가 시민들의 이동을 막기 위해 강제 폐쇄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지난달 23일 베트남 호찌민의 한 도로가 시민들의 이동을 막기 위해 강제 폐쇄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베트남의 방역 정책 변화는 경제난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 8개월 동안 베트남에선 기업 8만5,500여 곳이 코로나19 봉쇄 정책 여파로 문을 닫았다. 전년 대비 24%나 증가한 수치다.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의 생산성 하락도 심각하다. 지난달 베트남 기업들의 산업생산지수(IIP)는 7월 대비 4.2%,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7.4%나 각각 하락했다.

베트남 산업계 관계자는 "성 간 이동이 어렵고, 두 달 넘게 공장 내에서 모든 근로자가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아니라면, 폭증한 물류비와 인건비를 부담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하노이의 한 한국인 법인장도 "기획투자부 등에 '더는 못 버틴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며 "하루빨리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전환하지 않으면 생산능력 회복은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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