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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 소환한 中, 아프간 바람막이 자처하는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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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 소환한 中, 아프간 바람막이 자처하는 속내는

입력
2021.09.02 13:33
수정
2021.09.02 13:5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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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새 정부 구성 임박, 中 노림수는]
①아프간 띄우되 美 실패 피하려 거리두기
②서구 분열은 꽃놀이 패...'美 때리기' 주력
③시진핑 ”싸울 준비하라”, 美와 일전 별러

아프가니스탄 반(反) 탈레반 전사가 1일 판지시르주 아나바 지역 언덕 위에서 소총을 겨누고 있다. 판지시르는 탈레반의 통제를 받지 않는 아프간 내 유일한 주다. 판지시르=신화 뉴시스

아프가니스탄 반(反) 탈레반 전사가 1일 판지시르주 아나바 지역 언덕 위에서 소총을 겨누고 있다. 판지시르는 탈레반의 통제를 받지 않는 아프간 내 유일한 주다. 판지시르=신화 뉴시스


“아프가니스탄은 영웅의 나라다. 역사상 굴복한 적이 없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일 인용한 과거 마오쩌둥의 발언이다. 3일 새 정부 수립을 발표할 아프간에 대한 중국의 긍정적 시각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미국의 실패를 지켜본 터라 적극 나서기엔 부담스럽다. 이에 중국은 아프간 사태를 호재로 충분히 활용하면서 ‘미국 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①섣불리 나섰다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료를 선언하는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료를 선언하는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중국의 아프간 접근법은 ‘적절한 거리두기’다. 왕 대변인은 “아프간의 역사가 새 장을 열고 있다”며 “기회와 도전, 고난과 희망이 공존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새로운 아프간 정부를 승인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자국민의 간절한 소망과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대에 부응하길 바란다”면서 확답을 피했다. 대신 “중국은 아프간의 주권독립과 영토를 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속한 평화재건을 위해 계속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 개입한 미국과 차별화를 꾀하되 섣불리 끼어들지 않겠다는 경계심이 묻어 있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이 ‘반(反) 외세’를 내건 점은 중국도 부담스럽다. 전체 인구의 42%를 차지하는 파슈툰족이 정국을 주도하고 있지만 아프간은 부족적 전통이 강해 정치적 공감대가 부족한 점도 변수다. 푸단대 일대일로 및 글로벌거버넌스연구소 장이펑 연구원은 2일 관찰자망에 “외세 축출을 기치로 득세한 탈레반이 아프간의 국가 정체성을 통합하고, 그간 느슨한 연합전선을 구축해온 지방 군벌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②美 책임론 '꽃놀이 패'

미군이 모두 떠나고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완전 장악한 첫날인 지난달 31일 수도 카불 거리에서 한 남성이 풍선을 팔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미군이 모두 떠나고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완전 장악한 첫날인 지난달 31일 수도 카불 거리에서 한 남성이 풍선을 팔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중국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아프간을 둘러싼 서구의 분열상을 확인했다. 미국이 정한 ‘31일 철군’ 시한에 다른 국가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꽃놀이 패’를 중국이 마다할 리 없다. 21일 유엔 총회를 앞두고 있어 미국의 정세 오판과 성급한 아프간 철군을 계속 문제 삼는 건 국제사회의 대중 봉쇄망을 흔들 효과적인 카드다.

이에 왕이 외교부장은 전날 프랑스 대통령 외교고문과 통화에서 “한 나라가 아무리 강해도 다른 나라에 군사적 관여를 하면 안 된다”며 “미군이 철수했지만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맹공을 폈다. 또 “제재라는 고질병을 꺼내 걸핏하면 압박하려는 건 현명하지도 않고 효과도 없다”고 지적했다.

③시진핑 ”싸울 준비하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3일 허베이성 청더의 사이한바궈자 삼림공원을 시찰하고 있다. 청더=신화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3일 허베이성 청더의 사이한바궈자 삼림공원을 시찰하고 있다. 청더=신화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아프간 철군 이후 중국을 겨냥했다. 이에 중국은 △노선과 제도에 도전하거나 비방하지 말라 △발전을 방해하지 말라 △주권과 영토를 침해 말라는 세 가지 마지노선을 재차 강조하며 미국과의 일전을 벼르고 있다. 지난 7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에서 밝힌 내용이다. 왕 부장은 1일 존 케리 기후특사와의 화상통화에서 “미국의 중대한 전략적 오판 때문에 최근 수년간 미중 관계가 추락해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며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시진핑 주석도 전의를 북돋웠다. 그는 공산당 중앙당교 간부교육과정 개강식 연설을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면서 “직면한 위험과 도전이 부쩍 많아진 만큼 싸울 생각을 하지 않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상을 버리고 용감하게 투쟁의 원칙 문제에서 한치도 물러나선 안 된다”며 “전에 없던 의지로 주권과 안전, 발전이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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